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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영외빛 작성일26-04-04 03:44 조회3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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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익의 인생 공간] 오스트리아 ‘카를 아우뵈크’ 공방
오스트리아 빈에서 100년째 운영중인 카를 아우뵈크 4세의 공방. [사진 카를 아우뵈크]
“사랑이라는 단어에 담배 불을 비벼 끄는 손오공릴게임 맛, 어떤지 아나요? 후후.”
하얀 작업복을 입은 노인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알듯 말듯한 농담을 건넸다. 그러더니 낡은 선반에서 묵직한 황동 물건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LOVE’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양각된 사각 재떨이. 은근한 미소를 짓게 하는 이 물건은 오스트리아 빈에 자리한 ‘카를 아우뵈크(Carl Auböc 릴짱 k)’ 공방의 작품이다.
여행 중 이 공방을 찾은 것은 순전히 행운이었다. 우연히 들른 한 전시에서 독특한 금속 소품들에 반해버렸다. 손 모양의 문진(文鎭), 꽃 한 송이를 위한 화병 등 하나 같이 유머러스하면서도 완성도가 높은 물건들이었다. 설명을 보니 1900년대 초반부터 바우하우스 스타일을 접목해 일상의 사물을 재해석한 디자이너, 온라인릴게임 카를 아우뵈크의 작품이다. ‘집에 하나쯤 두고 싶다’는 생각으로 검색을 해보니 놀랍게도 빈 7구의 좁은 골목에서 그의 후손이 지금도 공방을 운영 중이었다.
무작정 주소를 찾아가 벨을 누르자, 거구의 노인이 문을 열어주었다. 증조할아버지 이후 가업을 이어받아 100년 넘게 같은 공방을 지키고 있는 장인, 카를 아우뵈크 4세였다. 증조할아버 릴게임5만 지부터 손자까지 같은 이름을 쓰는 장인이 대를 잇고 있는 것이다. 건축가라고 필자를 소개하자 그는 흔쾌히 작업실을 손수 안내해주었다. 이럴 때 건축가가 되길 잘 했다 싶다.
효율 거부, AI 시대 인간의 우아한 저항
바다이야기모바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100년째 운영중인 카를 아우뵈크 4세의 공방. [사진 카를 아우뵈크]
한 걸음 들어서는 순간 공간이 준 첫인상은 냄새였다. 짙은 쇠 냄새. 한 세기 동안 열을 가하고 망치로 두드린 금속 냄새가 공간에 가득 배어 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진 선반에는 수십 년 된 주물 틀과 손때 묻은 제품들이 빼곡하다. “이건 아우뵈크 2세가 만든 것, 이건 3세가 만든 것, 이건 내가 만든 것….” 하나하나 물건을 집어 들 때마다 가족의 계보와 물건의 탄생 이야기가 이어졌다.
공간의 풍경은 냄새만큼이나 압도적이다. 깊게 파이고 긁힌 육중한 나무 작업대, 어지럽게 쌓여있는 녹슨 기계와 금속 부품들. 보기 좋게 물건을 전시한 요즘의 쇼룸과 달리 이곳은 지금도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치열한 노동의 현장이다. 일견 무질서해 보이지만 환한 창가에서 쇠를 다듬는 장인의 작업 흐름에 맞춰 손만 뻗으면 도구들을 집어들 수 있게 배열돼 있다. 만드는 과정의 맨얼굴을 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이 공방에서 탄생한 물건들은 대형 마트 진열대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것들이다. 대량 생산품의 지상 과제는 보편성이다. 대중의 취향에 맞춰 무난하게 디자인하고, 저렴하고 쓸모 있게 만들어야 한다. 반면, 장인의 손에서 나온 제품은 다르다. 굳이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LOVE’ 재떨이를 책상 위에 두고 사랑의 아이러니를 즐길 줄 아는 소수를 위해 장인은 기꺼이 쓸모를 벗어난 물건을 묵묵히 만든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당장의 쓸모가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저 황동 촛대만 해도 그렇다. 전기가 발명된 후 촛불은 더 이상 필요 없다. 하지만 아우뵈크의 촛대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낮은 조도를 해결하기 위해 지갑을 여는 것이 아니다. 장인이 쇠망치로 두드려 만든 둔탁한 금속 반사판에 불빛이 일렁일 때, 사랑하는 사람과의 저녁 식탁은 비로소 풍성한 이야깃거리와 추억으로 채워진다.
‘저 재떨이는 남편 금연 선물로 딱이겠다’ ‘저 촛대를 식탁에 두고 그녀를 저녁 식사에 초대해야지’. 작은 물건 하나가 소중한 사람과 나눌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고, 마음속에 다정한 풍경을 그려준다. 가성비만 따지며 물건을 소비하던 우리에게 쓸모를 뛰어넘는 장인의 물건은 잊고 있던 ‘삶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이 장인의 공간이 우리에게 건네는 진짜 미덕이다.
[일러스트 조성익]
‘인생공간’을 연재한 지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건축가들은 곧잘 “공간이 사람을 바꾼다”는 말을 하는데, 이 칼럼은 필자의 삶을 바꿔놓은 ‘인생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그럼, 아우뵈크의 공방은 나를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아우뵈크 4세와 작별 인사를 하고 공방을 나설 때 마음속에 ‘무언가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그러고 보니 손을 잊고 있었다. 필자가 건축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도 사실 손이 주는 즐거움 때문이었다. 어릴 적 무수히 레고 장난감을 조립했다가 분해하면서 놀았다. 집에 냉장고가 배달되면, 정작 관심은 냉장고보다 거대한 포장 박스였다. 구멍을 뚫어 창문을 내고 지붕을 세워 나만의 집을 만들었다. 비록 지금의 내 손은 하루 종일 모니터 앞 키보드 위에서 움직이지만.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은 이 현상에 딱 맞는 이름을 붙였다. ‘현대 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 우리는 머리에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일을 시키면서도, 손은 기껏해야 밥을 먹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데만 쓰고 있다. 땅을 갈아 정원을 만들고,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들고, 곡식을 빻아 빵을 만들던 우리의 손은 점점 할 일을 잃어가고 있다. 가벼운 터치만 남은 현대인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생각하는 머리가 아니라 묵묵히 ‘생각하는 손’이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사무실 인근의 작은 도예 공방, ‘기즈 스튜디오’를 찾아갔다. 문을 열자 짙은 흙냄새가 반겼다. 그런데 막상 작업대에 앉으니 다시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생각보다 큰 결심이 필요했다. 어린이의 창작은 즐거움으로 시작하지만, 어른의 창작은 두려움으로 시작된다. 어른의 창작이 두려운 이유는 과정보다 결과물의 완성도를 먼저 따지도록 훈련받아 왔기 때문이다. “이걸 만들어서 어디에 쓰지?” “시간 낭비 아닐까?” 이런 자기 검열이 흙덩이를 쥔 손을 주춤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차가운 흙에 손을 깊숙이 파묻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지는 젖은 흙의 감촉. 머릿속을 맴돌던 복잡한 계산이 어느새 하얗게 지워진다. 요즘은 일요일을 ‘만들기의 날’로 정했다. 손을 놀리며 비로소 정신이 쉬어가는 주말을 보내고 있다.
우리 곁의 장인…은평구 ‘불광대장간’
은평구 시장 골목 한켠에서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불광대장간’의 박상범 대장장이. [사진 조성익]
세넷은 장인정신이 쇠를 두드리는 목수나 대장장이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효율이나 보상에 얽매이지 않고 그저 일 자체를 훌륭하게 해내려는 인간의 순수한 충동이다. 직업이 무엇이든 우리에게 장인정신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계적인 일상에 휩쓸리지 않고 내 손으로 빚어내는 과정을 즐기는 것. 그것이 로봇과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우아한 저항이다.
장인정신을 다잡으러 오스트리아 빈까지 갈 필요는 없다. 우리 주변에도 묵묵히 시간을 견뎌온 장인들의 공간이 있으니까. 서울 은평구의 시장 골목 한편에 자리한 ‘불광대장간’은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대장장이 박상범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이다. 화덕에 불을 피워 시뻘겋게 쇠를 달구고, 모루 위에서 망치로 두드려 호미와 가위를 만든다.
한쪽에 쌓인 부엌칼들은 서로 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다. “어떤 분들은 칼끝이 뾰족하면 무섭다고 하거든.” 사장님은 끝을 뭉툭하게 다듬은 독특한 칼을 보여주며 다정하게 설명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방망이 깎던 노인’처럼 무뚝뚝하고 깐깐한 장인을 상상했다면 오산이다. 박 사장님은 빈의 아우뵈크 할아버지처럼 수다스럽고 유쾌했다.
생각해 보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클릭 한 번으로 산 칼을 쓰면서 칼의 무게 중심이나 날카로움, 손잡이의 촉감, 과일 껍질을 파고들 때의 감각에 주목해 본 적이 있었던가. 장인이 갖가지 모양으로 만들어놓은 칼을 고르다보니 비로소 물건이 가진 고유한 물성과 존재감이 손으로 전해졌다. 마음에 드는 칼 하나를 골라 건네자, 그는 수다를 멈추고 자세를 고쳐 잡더니 정성스럽게 숫돌에 물을 묻혀 날을 세워주었다. 그 정겨운 수다와 투박한 손놀림이 합쳐지는 순간, 이 평범한 칼 하나가 나만의 특별한 도구로 태어난다.
잘 벼려진 칼 한 자루를 들고 대장간을 나섰다. 다가오는 주말엔 가까운 망원시장에 들러 제철 식재료를 사서 이 칼로 요리를 해야지.
조성익 건축가. 홍익대 교수이자 TRU 건축사무소의 대표 건축가다. 맹그로브 숭인 코리빙으로 한국 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공간과 삶, 그리고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책 『건축가의 공간 일기』를 출판했다.
[조성익의 인생 공간] 오스트리아 ‘카를 아우뵈크’ 공방
오스트리아 빈에서 100년째 운영중인 카를 아우뵈크 4세의 공방. [사진 카를 아우뵈크]
“사랑이라는 단어에 담배 불을 비벼 끄는 손오공릴게임 맛, 어떤지 아나요? 후후.”
하얀 작업복을 입은 노인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알듯 말듯한 농담을 건넸다. 그러더니 낡은 선반에서 묵직한 황동 물건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LOVE’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양각된 사각 재떨이. 은근한 미소를 짓게 하는 이 물건은 오스트리아 빈에 자리한 ‘카를 아우뵈크(Carl Auböc 릴짱 k)’ 공방의 작품이다.
여행 중 이 공방을 찾은 것은 순전히 행운이었다. 우연히 들른 한 전시에서 독특한 금속 소품들에 반해버렸다. 손 모양의 문진(文鎭), 꽃 한 송이를 위한 화병 등 하나 같이 유머러스하면서도 완성도가 높은 물건들이었다. 설명을 보니 1900년대 초반부터 바우하우스 스타일을 접목해 일상의 사물을 재해석한 디자이너, 온라인릴게임 카를 아우뵈크의 작품이다. ‘집에 하나쯤 두고 싶다’는 생각으로 검색을 해보니 놀랍게도 빈 7구의 좁은 골목에서 그의 후손이 지금도 공방을 운영 중이었다.
무작정 주소를 찾아가 벨을 누르자, 거구의 노인이 문을 열어주었다. 증조할아버지 이후 가업을 이어받아 100년 넘게 같은 공방을 지키고 있는 장인, 카를 아우뵈크 4세였다. 증조할아버 릴게임5만 지부터 손자까지 같은 이름을 쓰는 장인이 대를 잇고 있는 것이다. 건축가라고 필자를 소개하자 그는 흔쾌히 작업실을 손수 안내해주었다. 이럴 때 건축가가 되길 잘 했다 싶다.
효율 거부, AI 시대 인간의 우아한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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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에서 100년째 운영중인 카를 아우뵈크 4세의 공방. [사진 카를 아우뵈크]
한 걸음 들어서는 순간 공간이 준 첫인상은 냄새였다. 짙은 쇠 냄새. 한 세기 동안 열을 가하고 망치로 두드린 금속 냄새가 공간에 가득 배어 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진 선반에는 수십 년 된 주물 틀과 손때 묻은 제품들이 빼곡하다. “이건 아우뵈크 2세가 만든 것, 이건 3세가 만든 것, 이건 내가 만든 것….” 하나하나 물건을 집어 들 때마다 가족의 계보와 물건의 탄생 이야기가 이어졌다.
공간의 풍경은 냄새만큼이나 압도적이다. 깊게 파이고 긁힌 육중한 나무 작업대, 어지럽게 쌓여있는 녹슨 기계와 금속 부품들. 보기 좋게 물건을 전시한 요즘의 쇼룸과 달리 이곳은 지금도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치열한 노동의 현장이다. 일견 무질서해 보이지만 환한 창가에서 쇠를 다듬는 장인의 작업 흐름에 맞춰 손만 뻗으면 도구들을 집어들 수 있게 배열돼 있다. 만드는 과정의 맨얼굴을 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이 공방에서 탄생한 물건들은 대형 마트 진열대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는 것들이다. 대량 생산품의 지상 과제는 보편성이다. 대중의 취향에 맞춰 무난하게 디자인하고, 저렴하고 쓸모 있게 만들어야 한다. 반면, 장인의 손에서 나온 제품은 다르다. 굳이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LOVE’ 재떨이를 책상 위에 두고 사랑의 아이러니를 즐길 줄 아는 소수를 위해 장인은 기꺼이 쓸모를 벗어난 물건을 묵묵히 만든다.
그러고 보니 이곳은 당장의 쓸모가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저 황동 촛대만 해도 그렇다. 전기가 발명된 후 촛불은 더 이상 필요 없다. 하지만 아우뵈크의 촛대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낮은 조도를 해결하기 위해 지갑을 여는 것이 아니다. 장인이 쇠망치로 두드려 만든 둔탁한 금속 반사판에 불빛이 일렁일 때, 사랑하는 사람과의 저녁 식탁은 비로소 풍성한 이야깃거리와 추억으로 채워진다.
‘저 재떨이는 남편 금연 선물로 딱이겠다’ ‘저 촛대를 식탁에 두고 그녀를 저녁 식사에 초대해야지’. 작은 물건 하나가 소중한 사람과 나눌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고, 마음속에 다정한 풍경을 그려준다. 가성비만 따지며 물건을 소비하던 우리에게 쓸모를 뛰어넘는 장인의 물건은 잊고 있던 ‘삶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이 장인의 공간이 우리에게 건네는 진짜 미덕이다.
[일러스트 조성익]
‘인생공간’을 연재한 지 어느덧 반년이 지났다. 건축가들은 곧잘 “공간이 사람을 바꾼다”는 말을 하는데, 이 칼럼은 필자의 삶을 바꿔놓은 ‘인생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그럼, 아우뵈크의 공방은 나를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아우뵈크 4세와 작별 인사를 하고 공방을 나설 때 마음속에 ‘무언가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그러고 보니 손을 잊고 있었다. 필자가 건축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것도 사실 손이 주는 즐거움 때문이었다. 어릴 적 무수히 레고 장난감을 조립했다가 분해하면서 놀았다. 집에 냉장고가 배달되면, 정작 관심은 냉장고보다 거대한 포장 박스였다. 구멍을 뚫어 창문을 내고 지붕을 세워 나만의 집을 만들었다. 비록 지금의 내 손은 하루 종일 모니터 앞 키보드 위에서 움직이지만.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은 이 현상에 딱 맞는 이름을 붙였다. ‘현대 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 우리는 머리에 과부하가 걸릴 정도로 일을 시키면서도, 손은 기껏해야 밥을 먹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데만 쓰고 있다. 땅을 갈아 정원을 만들고,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들고, 곡식을 빻아 빵을 만들던 우리의 손은 점점 할 일을 잃어가고 있다. 가벼운 터치만 남은 현대인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생각하는 머리가 아니라 묵묵히 ‘생각하는 손’이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사무실 인근의 작은 도예 공방, ‘기즈 스튜디오’를 찾아갔다. 문을 열자 짙은 흙냄새가 반겼다. 그런데 막상 작업대에 앉으니 다시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생각보다 큰 결심이 필요했다. 어린이의 창작은 즐거움으로 시작하지만, 어른의 창작은 두려움으로 시작된다. 어른의 창작이 두려운 이유는 과정보다 결과물의 완성도를 먼저 따지도록 훈련받아 왔기 때문이다. “이걸 만들어서 어디에 쓰지?” “시간 낭비 아닐까?” 이런 자기 검열이 흙덩이를 쥔 손을 주춤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차가운 흙에 손을 깊숙이 파묻는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지는 젖은 흙의 감촉. 머릿속을 맴돌던 복잡한 계산이 어느새 하얗게 지워진다. 요즘은 일요일을 ‘만들기의 날’로 정했다. 손을 놀리며 비로소 정신이 쉬어가는 주말을 보내고 있다.
우리 곁의 장인…은평구 ‘불광대장간’
은평구 시장 골목 한켠에서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불광대장간’의 박상범 대장장이. [사진 조성익]
세넷은 장인정신이 쇠를 두드리는 목수나 대장장이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효율이나 보상에 얽매이지 않고 그저 일 자체를 훌륭하게 해내려는 인간의 순수한 충동이다. 직업이 무엇이든 우리에게 장인정신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계적인 일상에 휩쓸리지 않고 내 손으로 빚어내는 과정을 즐기는 것. 그것이 로봇과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우아한 저항이다.
장인정신을 다잡으러 오스트리아 빈까지 갈 필요는 없다. 우리 주변에도 묵묵히 시간을 견뎌온 장인들의 공간이 있으니까. 서울 은평구의 시장 골목 한편에 자리한 ‘불광대장간’은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대장장이 박상범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이다. 화덕에 불을 피워 시뻘겋게 쇠를 달구고, 모루 위에서 망치로 두드려 호미와 가위를 만든다.
한쪽에 쌓인 부엌칼들은 서로 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다. “어떤 분들은 칼끝이 뾰족하면 무섭다고 하거든.” 사장님은 끝을 뭉툭하게 다듬은 독특한 칼을 보여주며 다정하게 설명했다. 교과서에 나오는 ‘방망이 깎던 노인’처럼 무뚝뚝하고 깐깐한 장인을 상상했다면 오산이다. 박 사장님은 빈의 아우뵈크 할아버지처럼 수다스럽고 유쾌했다.
생각해 보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클릭 한 번으로 산 칼을 쓰면서 칼의 무게 중심이나 날카로움, 손잡이의 촉감, 과일 껍질을 파고들 때의 감각에 주목해 본 적이 있었던가. 장인이 갖가지 모양으로 만들어놓은 칼을 고르다보니 비로소 물건이 가진 고유한 물성과 존재감이 손으로 전해졌다. 마음에 드는 칼 하나를 골라 건네자, 그는 수다를 멈추고 자세를 고쳐 잡더니 정성스럽게 숫돌에 물을 묻혀 날을 세워주었다. 그 정겨운 수다와 투박한 손놀림이 합쳐지는 순간, 이 평범한 칼 하나가 나만의 특별한 도구로 태어난다.
잘 벼려진 칼 한 자루를 들고 대장간을 나섰다. 다가오는 주말엔 가까운 망원시장에 들러 제철 식재료를 사서 이 칼로 요리를 해야지.
조성익 건축가. 홍익대 교수이자 TRU 건축사무소의 대표 건축가다. 맹그로브 숭인 코리빙으로 한국 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공간과 삶, 그리고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책 『건축가의 공간 일기』를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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