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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수목이 있는 정원은 5도 2촌 주말 농부의 큰 즐거움이다.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계절이다. 이맘때 나는 까치발을 하고 봄이 어디쯤 왔나 내다본다. 지난 주말에 농막에 가니 수선화가 아직은 한기가 남은 땅을 뚫고 손톱 만한 싹을 내밀었다. 곧 꽃대가 올라오고 눈부신 꽃이 노랗게 필 것이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매화의 꽃눈도 통통하게 부풀어 올랐다. 두 주쯤 있으면 꽃망울이 터질 것이다. 봄의 전령이 온 듯하니, 겨울 초입에 마늘과 양파에 덮어 둔 하얀 부직포가 더는 필요 없어 보인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들췄더니 파릇한 싹이 싱싱한 얼굴을 오리지널골드몽 보여준다. 생명은 언 땅에서 추위를 견디고 이렇게 싹을 틔운다.
내가 봄에 조바심을 내는 건 정원을 가꿀 기대에서다. 고구마, 땅콩, 고추 같은 작물을 심느라 바빠지는 5월 초까지는 ‘정원의 시간’이다. 그렇다고 주말 텃밭에 근사한 정원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작물을 심은 곳과 농막 놓은 자리를 뺀 나머지 빈 곳이 모두 정원이다. 지하 바다이야기오락실 수 펌프실 주위와 길에서 밭으로 이어지는 들머리 자투리땅에는 붉은 벽돌로 경계를 쳐 작은 화단을 만들었다. 나의 정원에는 크로커스, 수선화, 튤립, 꽃 잔디, 향 달맞이, 라일락, 접시꽃, 카네이션, 작약, 해당화, 철쭉, 채송화, 물망초, 죽단화, 매발톱, 백합, 붓꽃, 범부채, 미니백일홍, 금낭화, 꽃양귀비, 코스모스, 국화 같은 꽃이 봄부터 가을까지 오션릴게임 쉼 없이 피어난다. 읍내 장터 묘목상을 그냥 지나지 못하고 하나씩 사다 심었더니, 덩굴장미와 사계 장미를 포함해 6종의 장미가 우아한 꽃을 피운다. 정원을 조금 벗어나면 매화, 자두꽃, 사과꽃, 복사꽃이 피어나고, 이름 모를 들꽃도 지천이다.
봄의 전령사 수선화
바다이야기고래출현
‘정원이 있는 삶’은 오래된 내 꿈이었다. 시골에 밭을 사서 ‘5도 2촌’을 시작한 동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며, 그것을 흐뭇하게 바라볼 때 도시에서 가져온 마음의 찌꺼기가 사라지고 차츰 충만함이 차오른다. 비록 어설퍼도 내 머리로 디자인하고 손에 흙을 묻혀 꾸민 공간이기에, 예술작품 야마토무료게임 을 선보이는 작가의 기분으로 바라보게 된다. 농사일로 땀을 흘리는 것과는 다른 유형의 기쁨이 거기에 있다. 다행히 아내도 정원을 사랑한다. 아내는 이웃에 예쁜 꽃이 있으면 얻어오고, 귀농·귀촌인들이 무료나눔 하는 꽃씨를 우편으로 받아 심으며 우리 마당을 풍성하게 가꾼다. 4월 말부터 위세를 떨치기 시작하는 풀을 관리하는 것도 주로 아내의 일이다.
햇살 좋은 날 우리는 정원에 탁자를 펴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신다. 볼륨을 조금 높여 음악을 틀어놓고, 두툼한 책을 가져와 갈피를 넘긴다. 핸드폰 화면을 버릇처럼 확인하고, 뭐 하나 10분 이상 집중하기 어려운 디지털 세상에서 정원은 나태주의 시처럼 “천천히 봐야 예쁜” 시공간을 열어준다. 키케로가 “정원과 책만 있다면, 우리가 필요한 것은 모두 가진 것이다”라고 했다는데, 이 순간 나는 모두를 가진 사람이다.
볕이 좋은 봄날, 우리는 정원에 탁자를 펴고 커피를 마신다
아파트에서만 줄곧 살아온 내가 정원이 가진 위로의 힘과 매력을 알게 된 것은, 정원이 있는 집에 살아보면서부터다. 40대 초반의 나는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가족과 함께 영국에 갔다. 늦은 나이에 공부하러 외국에 나가는 것은 무모한 일이었으나, 하고 싶은 걸 포기하면 더 나이 들어 후회할 것 같았다. 케임브리지에 있는 언론계 선배의 집을 빌려 3년을 지냈다. 나 보다 몇 년 먼저 와서 학위를 하고 귀국한 그 선배는 정원에도 관심이 많아, 전문 서적을 섭렵하며 앞·뒤 마당을 멋진 정원으로 꾸며놓았다. 세입자인 나는 최대한 원형을 보존하면서, 주기적으로 잔디를 깎고 관리하면 됐다. 그 정원에 2월이면 봄의 전령사인 스노드롭(설강화)을 시작으로 수선화, 튤립이 피었다. 그 찬란함은 긴 영국 겨울의 우울을 털어내기에 충분했다.
영국은 정원의 나라이기도 했다. 집집이 크든 작든 나름의 정원을 정성스레 가꾸었고, 옛 귀족의 저택에 딸린 넓고 근사한 정원이 곳곳에 있었다. 영국은 프랑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로크 정원’(기하학적 대칭을 중시하고 수목을 반듯하게 깎아놓은 정원) 양식에서 벗어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살리는 ‘풍경식 정원’을 발전시킨 나라이기도 하다. 가든 용품과 조경식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든 센터가 성황이고, ‘BBC’ 같은 방송에서 내보내는 가드닝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다. 이런 정원들을 보고 다니며, 진도가 잘 안 나가는 논문 걱정, 차츰 바닥을 드러내는 통장 걱정, 돌아가서 다시 취업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아내도 정원 가꾸기에 열심이다.
귀국한 뒤로는 다시 아파트 생활이었지만 정원의 즐거움을 잊을 수 없었다. 제목에 ‘정원’이 들어간 책을 사 모은 것도 그 무렵부터다. 헤르만 헤세의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재키 베넷의 ‘작가들의 정원’, 송태갑의 ‘정원을 거닐며 삶을 배우며’ 같은 책들이 책꽂이 한 단을 빼곡히 채웠다. 시간이 날 때 좋은 정원을 보러 다녔다. 고양시에 살 때는 그곳 호수공원에 예쁘게 꾸민 정원이 많아 수시로 보러 갔다. 파주의 ‘벽초지 수목원’도 참 좋은 정원이었다. 담양 소쇄원,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처럼 여행지에서 들르는 정원도 일품이었다. 일본 교토에서 본 료안지의 가레산스이(‘선’ 정원)는 풀 한 포기 없어도 빼어난 정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금각사, 은각사 정원을 둘러본 경험도 인상적이었다.
정원을 더 전문적으로 알고 싶어 사이버대학교 조경환경학과 3학년에 편입했다. 식물과 꽃, 나무에 대해서 뿐 아니라 정원과 조경에 대해서도 2년간 이론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한겨레 후배 한 명은 기자 생활을 관두고 ‘나무 의사’ 자격을 따 천리포수목원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나무 의사의 전문성과 기자 경험을 살려 맛깔난 정원 칼럼을 한겨레에 쓴다. 나도 언젠가 밥벌이의 의무감을 내려놓는 날이 오면, 정원을 가꾸고 정원에 대한 글을 쓰며 살고 싶다. 태안의 천리포수목원, 세종시 국립수목원,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 용인 호암미술관 전통정원 ‘희원’ 같은 곳을 두루 다녀보고 싶다.
백합. 6월에 진한 향기로 농막을 감싼다
이제 우리나라도 정원의 즐거움과 유용함을 아는 나라가 되어 가고 있다.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가 큰 성공을 거둔 뒤로 정원은 많은 지자체의 역점사업이 되어 가고 있다. 서울도 걸어서 5~10분 안에 꽃과 수목을 만날 수 있는 ‘정원 도시’ 비전을 세웠고, 2015년부터는 매년 서울정원박람회를 열어 정원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요즘 마음이 아픈 사람이 늘고 있는데,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에 정원을 꾸미고 체험하도록 하는 것은 좋은 치유책이 될 수 있다. 2차 대전이나 베트남전 참전 용사들 가운데는 귀국 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는 이가 많았는데, 단지 자연 속에서 햇볕을 쬐며 정원 가꾸는 것만으로 병원에 있을 때 보다 상태가 호전됐다는 연구와 사례가 보고되곤 한다.
이젠 시골 마을에도 작게나마 꽃밭을 만들고 예쁘게 가꾸는 집이 늘고 있다. 할머니들이 농사일만 하는 게 아니라 꽃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우리 마을도 한결 밝아진 느낌이다. 일선 시·군에서도 마을 공동사업으로 정원을 조성할 때 사업비를 보조하기도 한다. 나도 이번 봄에는 작년에 감자를 심었던 자투리땅에 작은 화단을 하나 더 만들 생각이다. 몇 주째 화단 경계석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며 이곳저곳 사이트를 기웃거리고 있다. 다음 주에는 개울가에서 모래를 수레로 퍼 나르며 화단 흙을 고실고실하게 할 생각이다. 이 화단을 어떻게 꾸밀까 생각하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장미를 좋아해 눈길이 가는 이곳 저곳에 심었다
‘이봉현의 농막일기’는
기자로 35년간 서울에서 일했습니다. 혼자 집중할 때 에너지를 얻는 편이어서, 텃밭과 정원이 있는 호젓한 공간을 꿈꿔왔습니다. 마침내 충남 공주의 산간마을 밭을 사 2018년 사과대추, 자두 등 유실수를 심었습니다, 2020년 봄부터는 농막을 들여놓고 금요일 밤에 내려가 주말 텃밭 농사를 짓고 옵니다. 5년간의 ‘5도2촌’ 생활에서 경험한 기쁨, 시행착오, 지역의 현실 등을 담아 격주로 독자를 만나려 합니다.
글·사진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겨울과 봄이 교차하는 계절이다. 이맘때 나는 까치발을 하고 봄이 어디쯤 왔나 내다본다. 지난 주말에 농막에 가니 수선화가 아직은 한기가 남은 땅을 뚫고 손톱 만한 싹을 내밀었다. 곧 꽃대가 올라오고 눈부신 꽃이 노랗게 필 것이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매화의 꽃눈도 통통하게 부풀어 올랐다. 두 주쯤 있으면 꽃망울이 터질 것이다. 봄의 전령이 온 듯하니, 겨울 초입에 마늘과 양파에 덮어 둔 하얀 부직포가 더는 필요 없어 보인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들췄더니 파릇한 싹이 싱싱한 얼굴을 오리지널골드몽 보여준다. 생명은 언 땅에서 추위를 견디고 이렇게 싹을 틔운다.
내가 봄에 조바심을 내는 건 정원을 가꿀 기대에서다. 고구마, 땅콩, 고추 같은 작물을 심느라 바빠지는 5월 초까지는 ‘정원의 시간’이다. 그렇다고 주말 텃밭에 근사한 정원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작물을 심은 곳과 농막 놓은 자리를 뺀 나머지 빈 곳이 모두 정원이다. 지하 바다이야기오락실 수 펌프실 주위와 길에서 밭으로 이어지는 들머리 자투리땅에는 붉은 벽돌로 경계를 쳐 작은 화단을 만들었다. 나의 정원에는 크로커스, 수선화, 튤립, 꽃 잔디, 향 달맞이, 라일락, 접시꽃, 카네이션, 작약, 해당화, 철쭉, 채송화, 물망초, 죽단화, 매발톱, 백합, 붓꽃, 범부채, 미니백일홍, 금낭화, 꽃양귀비, 코스모스, 국화 같은 꽃이 봄부터 가을까지 오션릴게임 쉼 없이 피어난다. 읍내 장터 묘목상을 그냥 지나지 못하고 하나씩 사다 심었더니, 덩굴장미와 사계 장미를 포함해 6종의 장미가 우아한 꽃을 피운다. 정원을 조금 벗어나면 매화, 자두꽃, 사과꽃, 복사꽃이 피어나고, 이름 모를 들꽃도 지천이다.
봄의 전령사 수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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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 있는 삶’은 오래된 내 꿈이었다. 시골에 밭을 사서 ‘5도 2촌’을 시작한 동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며, 그것을 흐뭇하게 바라볼 때 도시에서 가져온 마음의 찌꺼기가 사라지고 차츰 충만함이 차오른다. 비록 어설퍼도 내 머리로 디자인하고 손에 흙을 묻혀 꾸민 공간이기에, 예술작품 야마토무료게임 을 선보이는 작가의 기분으로 바라보게 된다. 농사일로 땀을 흘리는 것과는 다른 유형의 기쁨이 거기에 있다. 다행히 아내도 정원을 사랑한다. 아내는 이웃에 예쁜 꽃이 있으면 얻어오고, 귀농·귀촌인들이 무료나눔 하는 꽃씨를 우편으로 받아 심으며 우리 마당을 풍성하게 가꾼다. 4월 말부터 위세를 떨치기 시작하는 풀을 관리하는 것도 주로 아내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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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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