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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의문이 들었을 때
[뉴스앤조이-박요셉 운영팀장]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새로운 길을 발견할 때가 있다. 함께하는교회는 한 교회를 오래 같이 다닌 교인들이 만들었다. 교단에서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중형 교회에서 20~30년 출석한 이들은 10여 년 전 교회를 떠나 새로운 길에 나섰다.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었다. 담임목사와 다투지도 않았고 교회에서 누가 자신들을 시기하거나 괴롭히지도 않았다. 안수집사였고, 교회학교 교사였다. 사역에 열심이었다. 지금처럼 충성하고 봉사한다면 앞으로 자 바다이야기다운로드 연스레 장로가 되고 교회학교 임원이 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 교회가 성경에서 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까.' 함께하는교회 운영위원 유석조 씨는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담임목사와 중직자들의 목표는 교회를 강남 대형 교회처럼 키우는 것이었다. 모든 의사 결정은 소수에 의해 이뤄졌다. 교회학교 릴게임5만 교사들과 장로들이 논의를 거쳐 결정한 사안이 담임목사 의중에 따라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토론과 합의보다 권위와 순종을 더 강조하는 모습에 실망하는 날이 쌓였다.
몸담고 있는 공동체의 모순을 발견하게 되면 선택지는 두 가지다. 바꾸거나 떠나거나. 교회를 바꾸는 건 어려워 보였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형성된 목사 중심의 위계 구조는 견고 릴게임사이트추천 하고,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은 소수였다.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다른 의견은 그저 분쟁을 일으키려는 시도처럼 여겨졌다.
문제를 감지한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서로 상의한 건 아니었다. 시기도, 목적지도 달랐으니. 어떤 이는 설교가 좋다는 중형 교회로, 또 다른 이는 비교적 건강하다는 평을 받 황금성슬롯 는 대형 교회에 나갔지만, 그곳이 종착지가 되지는 않았다. 건강한 교회를 향한 갈망이 사라지지 않았던 유석조 씨를 비롯한 몇몇이 공부 모임을 시작했고, 이 소식을 들은 다른 교인들도 하나씩 합류했다. 2년 후, 이 모임은 평신도 공동체, 함께하는교회가 됐다.
바다이야기 단순히 건강한 교회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시작한 책 모임은 2년 후 평신도 교회가 됐다. 사진 제공 함께하는교회
나눌 때 완성되는 말씀 해석
서울 관악구 좋은교사운동 사무실에서 매주 모이는 함께하는교회를 3월 15일 방문했다. 교인들은 강연대와 대형 TV 앞으로 책상과 의자를 네 줄 나란히 놓은 강의실에서 건반 하나 놓고 예배를 드린다. 교회를 나타내는 물건이라고는 앞쪽 벽에 임시로 걸어 놓은 '함께하는교회' 팻말이 전부. 교인 20여 명이 빈 자리가 보이지 않게 가까이 붙어 앉았다.
함께하는교회 윤영무 씨가 설교를 전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구절을 본문으로 가져왔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 5:16-18)
기쁨과 기도, 감사를 강조하는 내용이지만, 설교는 시작부터 고난이다. 설교자는 50대에 들어서 심각한 병에 걸려 생명을 잃을 뻔하고, 최근에는 직장 동료들이 서로 갈등을 겪는 이야기를 전했다. 장기화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미국·이스라엘의 폭격 등 사회에서 들려오는 소식도 심상치 않다. 삶에 안 좋은 일이 찾아오고,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는 무고한 시민들의 절규가 매일 뉴스로 쏟아지는 가운데 이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설교자는 말했다.
"우리가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마주할 때 하나님께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원하는 삶의 태도가 무엇인지 이번 말씀을 놓고 나누고 싶었습니다. (중략) 데살로니가교회 교인들의 삶은 예수를 믿는다는 이유로 고달픈 일상을 살았습니다. 핍박 가운데 기쁨과 감사를 찾기 어려울 수 있는 교인들에게 바울은 역설적으로 이 말씀으로 권면하고 위로하고 도전합니다.
평온한 인생을 산 사람이 이런 편지를 보냈다면 오히려 비난을 받았을 겁니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우리가 잘 알 듯이 깊은 고해의 바다를 거쳐 온 사람입니다. 본문을 다룬 강해서에는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이 구절은 그리스도를 닮아가기 위한 삶의 표본이 되는 말씀이라고요. (중략) 18절에 나온 내용처럼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 머물러 있다면, 주님께서 말씀을 실천하도록 도와주실 겁니다."
교인들이 가까이 붙어 앉아서 그런지 설교 이후 서로 대화하기가 편하고 좋았다. 뉴스앤조이 박요셉
예배가 끝나고 나면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는다. 보통은 김밥이고, 특별한 날에만 각자 가지고 온 음식을 나눈다. 사진 제공 함께하는교회
함께하는교회는 설교 이후 독특한 순서를 진행한다. 교인들이 설교를 듣고 떠오르는 느낌이나 생각, 혹은 설교자에게 하고 싶은 질문을 자유롭게 말하는 '나눔 시간'이다. 나눔을 요청하는 사회자 질문에 2분 정도 침묵이 흘렀을까, 한두 사람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이 말씀을 윤리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과제로 여겼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자책하고 회개하고 그랬죠. 그런데 오늘 말씀을 들으면서 '기쁨', '기도', '감사'라는 말보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가 더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주님과의 관계, 우리가 그분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에 더 집중한다면 '기쁨'이나 '감사'는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요."
"저는 어릴 때 이 말씀 때문에 엄마한테 많이 혼나면서 자랐어요. 불평하면 '감사해야지!' 하시고. 조금 시무룩하게 있으면 '기뻐해야지!'라고 꾸짖으시고. 무슨 고민이 있거나 하면 들어 주기는커녕 '기도해!'라고만 하시니까 이 말씀을 피하고 싶었어요."
"이 말씀은 한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에 주어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대다수 교회는 이 말씀을 우리 개개인이 실천해야 하는 의무로 축소시키는 거 같아요. 이를 지키지 못한 교인들은 무기력하거나 자책할 때가 많은 거 같고요. 데살로니가교회는 바울의 편지를 받고 어땠을까요. '우리가 함께 마음을 모아 이 어려움을 잘 이겨내자'고 하지 않았을까요. 우리도 힘들거나 고민이 생긴다면 서로 나누고 기도해 주는 그런 공동체가 되면 좋겠어요."
"저도 이 말씀이 공동체를 향한다고 생각해요. 제 일상만 생각하면 기뻐하거나 감사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은데, 우리 교인들 소식을 들으면 제 일처럼 그렇게 기쁘고 감사하더라고요. 우리가 너무 자랑한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좋은 일이 생기면 무엇이든 좋으니 카카오톡 단체방에 수시로 나눠 주면 좋겠습니다."
신학 교육을 받은 목회자 없이 평신도로 구성된 함께하는교회는 교인들을 설교자로 세운다. 매년 정기총회에서 투표로 뽑은 설교자들이 돌아가며 순서를 맡는 방식이다. 올해는 10명이 맡았다. 박득훈 목사, 김기석 목사, 김호경 교수, 김근주 교수, 권연경 교수, 전성민 교수 등 외부 설교자들을 초청할 때도 있다.
평신도 설교가 흔하지는 않지만 생소한 모습도 아니다. 1990년대부터 한국교회에 평신도 교회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폴 스티븐스(캐나다 리젠트대학 명예교수) 같은 세계적인 신학자들도 평신도 설교를 지지한다.
평신도 설교가 전문 신학 교육을 받은 목사의 존재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함께하는교회가 강조하고 싶은 건 말씀 해석 주체의 확대다. 목사뿐 아니라 일반 교인들도 적극적으로 말씀을 읽고 해석하고 삶으로 풀어내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함께하는교회 운영위원 박상빈 씨는 예배 도중에 진행하는 '나눔 시간'이 설교를 완성하게 한다고 말했다.
"설교를 맡은 교인들이 당연히 부담을 가져요. 그러면 이렇게 말해 주고는 합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듣든 준비한 사람은 은혜를 받는다고요. (웃음) 부담이 없지는 않겠지만 교인들이 이어서 나눠 주는 이야기가 좀 덜어 주는 거 같아요. 설교자의 말씀과 교인들의 나눔이 하나의 완성된 설교를 만드는 거죠."
지난해 2월 춘천에서 열린 아나뱁티즘 500주년 행사 모습. 함께하는교회도 대회에 참석해 지난 10년간 걸어 온 여정을 사람들에게 소개했다. 사진 제공 함께하는교회
함께 그리는 우리 교회 설계도
다니던 교회를 떠났을 때 처음부터 평신도 교회를 생각한 건 아니다. 개척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유석조 씨는 한동안 설교로 유명한 다른 교회에 출석했다. 그는 "임시로 다닌다고 생각하면서 다녔다. 좋은 목사님이고 설교도 좋았는데, 결국 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구조는 똑같더라"고 말했다. 다른 구성원들도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건강한 교회로 알려진 대형 교회로 옮겼지만, 찜찜함은 남아 있었다. 몸이 떠났어도 마음이 정착하지 못한 사람들이 하나둘 책 모임을 시작했다. '진정한 공동체 회복을 위한 모임(진공회)'의 시작이다.
첫 자리에 9가정, 18명이 참석했다. 모임 화두는 단순했다. '성경에서 말하는 교회란 어떤 모습인가.' 그런데 막상 질문을 꺼내자, 저마다 다른 대답이 나왔다. 어떤 이는 목사가 있어야 한다고 하고, 다른 이는 작고 따뜻한 공동체면 된다고 했다. 누군가는 예배 형식을 중요하게 여겼고, 또 누구는 의사 결정 구조를 고민했다.
"교회에 문제 의식을 느껴서 나온 건 같은데, 각자 원하는 교회 모습은 달랐어요. 이것을 해결하지 않고 그냥 시작했다면 처음에 좀 어려웠을 거 같아요. 처음부터 각자 생각하는 교회 모습을 나누고, 나중에 책을 보고 다른 교회를 탐방하면서 하나의 공통된 모델을 그릴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유석조 운영위원)
"어떤 분은 목사님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목사님이 변하거나, 그분의 생각이 우리와 다르면 어떻게 할 거냐는 이야기가 나왔죠. 교회 모습을 놓고 엄청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거 같아요. 결국에는 목사님 없이 가 보자고 정하긴 했지만, 실제로 그것을 구체화하는 과정은 1년 넘게 걸렸네요. 그렇지만 그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는 않아요." (성운경 운영위원)
밑그림을 끝내고 이어서 채색하는 과정이 남았다. 처음에는 신앙고백문을 작성했다. "평신도 교회가 흔하지는 않잖아요. 이단 아니냐는, 소위 '외부로부터 오는 공격'을 사전에 막고 싶었어요. 동시에 우리가 어떤 신앙적 뿌리를 두고 있는지, 어떤 교회를 함께 꿈꾸고 있는지 분명히 하고 싶었고요." 박상빈 운영위원이 말했다. 신앙고백문 외에도 정관, 의사 결정 매뉴얼, 주일학교 계획 등 교회 설계도를 하나씩 그리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건 장례 예배 매뉴얼도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이 내부 기틀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시간은 밖으로 시선을 돌리려고 한다. 한국교회를 위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교회 및 기독 단체들과 연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 예배 모습. 사진 제공 함께하는교회
평신도 교회의 의미 그리고 한계
교회를 창립한 지 10년을 맞이하는 함께하는교회의 고민 중 하나는 확장성이다. 구성원 대부분이 같은 교회 출신이라는 점은 결속력을 다지기에는 좋지만, 단점도 갖고 있다. 외부 사람이 공동체에 들어와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동호회와 무슨 차이가 있냐고 말하는 이전 교회 선배도 있었어요." 그 말을 가볍게 흘려듣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목사 중심의 한국교회에 이 교회가 던지는 의미가 분명 있다고 박상빈 씨는 말했다.
함께하는교회 비전을 물었다. 유석조 씨는 신앙고백문에 담긴 표현을 꺼냈다.
"대조 공동체예요. 세상보다 더 세상 같은 집단이 돼 버린 한국교회를 보면서, 우리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요. 이 공동체에는 세상과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걸 사람들이 좀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김대욱 씨는 그 고민을 좀 더 바깥으로 밀어냈다. "그리스도교는 결국 고통받고 힘든 분들에게 가장 큰 의미가 있어요. 우리 정도만 돼도 사실은 굉장히 폐쇄적일 수 있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잖아요." 지금 이 공동체가 비교적 편안하고 익숙해졌다는 감각이 도리어 현재에 안주하고 교회 본질을 망각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대욱 씨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교회와 연대하는 것을 다음 숙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연대를 통해, 공동체 존재 목적을 함께 실현해 가는 교회가 되고 싶다고.
성운경 씨는 개척 초기와 지금 먹은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고 했다. "처음에는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는데 지금은 좀 내려놨어요." 거창한 사명을 내세우기보다, 같은 비전을 품고 살아가는 교인들과 함께하는 자체에 큰 의미를 두게 됐다고 했다.
10년을 함께 걸어 온 구성원들의 꿈은 조금씩 달랐지만, 방향은 같았다. 작아도 괜찮다, 힘이 없어도 괜찮다, 말씀을 함께 해석하고 그 뜻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 함께하는교회는 오늘도 그렇게 모인다.
※ 함께하는교회: togetherchurch02@gmail.com
박요셉 josef@newsnjoy.or.kr
[뉴스앤조이-박요셉 운영팀장]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새로운 길을 발견할 때가 있다. 함께하는교회는 한 교회를 오래 같이 다닌 교인들이 만들었다. 교단에서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중형 교회에서 20~30년 출석한 이들은 10여 년 전 교회를 떠나 새로운 길에 나섰다.
갑작스러운 결정은 아니었다. 담임목사와 다투지도 않았고 교회에서 누가 자신들을 시기하거나 괴롭히지도 않았다. 안수집사였고, 교회학교 교사였다. 사역에 열심이었다. 지금처럼 충성하고 봉사한다면 앞으로 자 바다이야기다운로드 연스레 장로가 되고 교회학교 임원이 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 교회가 성경에서 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까.' 함께하는교회 운영위원 유석조 씨는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담임목사와 중직자들의 목표는 교회를 강남 대형 교회처럼 키우는 것이었다. 모든 의사 결정은 소수에 의해 이뤄졌다. 교회학교 릴게임5만 교사들과 장로들이 논의를 거쳐 결정한 사안이 담임목사 의중에 따라 무산되는 일도 있었다. 토론과 합의보다 권위와 순종을 더 강조하는 모습에 실망하는 날이 쌓였다.
몸담고 있는 공동체의 모순을 발견하게 되면 선택지는 두 가지다. 바꾸거나 떠나거나. 교회를 바꾸는 건 어려워 보였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형성된 목사 중심의 위계 구조는 견고 릴게임사이트추천 하고,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은 소수였다.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다른 의견은 그저 분쟁을 일으키려는 시도처럼 여겨졌다.
문제를 감지한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다. 서로 상의한 건 아니었다. 시기도, 목적지도 달랐으니. 어떤 이는 설교가 좋다는 중형 교회로, 또 다른 이는 비교적 건강하다는 평을 받 황금성슬롯 는 대형 교회에 나갔지만, 그곳이 종착지가 되지는 않았다. 건강한 교회를 향한 갈망이 사라지지 않았던 유석조 씨를 비롯한 몇몇이 공부 모임을 시작했고, 이 소식을 들은 다른 교인들도 하나씩 합류했다. 2년 후, 이 모임은 평신도 공동체, 함께하는교회가 됐다.
바다이야기 단순히 건강한 교회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시작한 책 모임은 2년 후 평신도 교회가 됐다. 사진 제공 함께하는교회
나눌 때 완성되는 말씀 해석
서울 관악구 좋은교사운동 사무실에서 매주 모이는 함께하는교회를 3월 15일 방문했다. 교인들은 강연대와 대형 TV 앞으로 책상과 의자를 네 줄 나란히 놓은 강의실에서 건반 하나 놓고 예배를 드린다. 교회를 나타내는 물건이라고는 앞쪽 벽에 임시로 걸어 놓은 '함께하는교회' 팻말이 전부. 교인 20여 명이 빈 자리가 보이지 않게 가까이 붙어 앉았다.
함께하는교회 윤영무 씨가 설교를 전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구절을 본문으로 가져왔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 5:16-18)
기쁨과 기도, 감사를 강조하는 내용이지만, 설교는 시작부터 고난이다. 설교자는 50대에 들어서 심각한 병에 걸려 생명을 잃을 뻔하고, 최근에는 직장 동료들이 서로 갈등을 겪는 이야기를 전했다. 장기화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미국·이스라엘의 폭격 등 사회에서 들려오는 소식도 심상치 않다. 삶에 안 좋은 일이 찾아오고,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는 무고한 시민들의 절규가 매일 뉴스로 쏟아지는 가운데 이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설교자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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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교회는 설교 이후 독특한 순서를 진행한다. 교인들이 설교를 듣고 떠오르는 느낌이나 생각, 혹은 설교자에게 하고 싶은 질문을 자유롭게 말하는 '나눔 시간'이다. 나눔을 요청하는 사회자 질문에 2분 정도 침묵이 흘렀을까, 한두 사람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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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씀은 한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에 주어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대다수 교회는 이 말씀을 우리 개개인이 실천해야 하는 의무로 축소시키는 거 같아요. 이를 지키지 못한 교인들은 무기력하거나 자책할 때가 많은 거 같고요. 데살로니가교회는 바울의 편지를 받고 어땠을까요. '우리가 함께 마음을 모아 이 어려움을 잘 이겨내자'고 하지 않았을까요. 우리도 힘들거나 고민이 생긴다면 서로 나누고 기도해 주는 그런 공동체가 되면 좋겠어요."
"저도 이 말씀이 공동체를 향한다고 생각해요. 제 일상만 생각하면 기뻐하거나 감사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은데, 우리 교인들 소식을 들으면 제 일처럼 그렇게 기쁘고 감사하더라고요. 우리가 너무 자랑한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좋은 일이 생기면 무엇이든 좋으니 카카오톡 단체방에 수시로 나눠 주면 좋겠습니다."
신학 교육을 받은 목회자 없이 평신도로 구성된 함께하는교회는 교인들을 설교자로 세운다. 매년 정기총회에서 투표로 뽑은 설교자들이 돌아가며 순서를 맡는 방식이다. 올해는 10명이 맡았다. 박득훈 목사, 김기석 목사, 김호경 교수, 김근주 교수, 권연경 교수, 전성민 교수 등 외부 설교자들을 초청할 때도 있다.
평신도 설교가 흔하지는 않지만 생소한 모습도 아니다. 1990년대부터 한국교회에 평신도 교회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폴 스티븐스(캐나다 리젠트대학 명예교수) 같은 세계적인 신학자들도 평신도 설교를 지지한다.
평신도 설교가 전문 신학 교육을 받은 목사의 존재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함께하는교회가 강조하고 싶은 건 말씀 해석 주체의 확대다. 목사뿐 아니라 일반 교인들도 적극적으로 말씀을 읽고 해석하고 삶으로 풀어내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함께하는교회 운영위원 박상빈 씨는 예배 도중에 진행하는 '나눔 시간'이 설교를 완성하게 한다고 말했다.
"설교를 맡은 교인들이 당연히 부담을 가져요. 그러면 이렇게 말해 주고는 합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듣든 준비한 사람은 은혜를 받는다고요. (웃음) 부담이 없지는 않겠지만 교인들이 이어서 나눠 주는 이야기가 좀 덜어 주는 거 같아요. 설교자의 말씀과 교인들의 나눔이 하나의 완성된 설교를 만드는 거죠."
지난해 2월 춘천에서 열린 아나뱁티즘 500주년 행사 모습. 함께하는교회도 대회에 참석해 지난 10년간 걸어 온 여정을 사람들에게 소개했다. 사진 제공 함께하는교회
함께 그리는 우리 교회 설계도
다니던 교회를 떠났을 때 처음부터 평신도 교회를 생각한 건 아니다. 개척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유석조 씨는 한동안 설교로 유명한 다른 교회에 출석했다. 그는 "임시로 다닌다고 생각하면서 다녔다. 좋은 목사님이고 설교도 좋았는데, 결국 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구조는 똑같더라"고 말했다. 다른 구성원들도 비슷한 경로를 밟았다. 건강한 교회로 알려진 대형 교회로 옮겼지만, 찜찜함은 남아 있었다. 몸이 떠났어도 마음이 정착하지 못한 사람들이 하나둘 책 모임을 시작했다. '진정한 공동체 회복을 위한 모임(진공회)'의 시작이다.
첫 자리에 9가정, 18명이 참석했다. 모임 화두는 단순했다. '성경에서 말하는 교회란 어떤 모습인가.' 그런데 막상 질문을 꺼내자, 저마다 다른 대답이 나왔다. 어떤 이는 목사가 있어야 한다고 하고, 다른 이는 작고 따뜻한 공동체면 된다고 했다. 누군가는 예배 형식을 중요하게 여겼고, 또 누구는 의사 결정 구조를 고민했다.
"교회에 문제 의식을 느껴서 나온 건 같은데, 각자 원하는 교회 모습은 달랐어요. 이것을 해결하지 않고 그냥 시작했다면 처음에 좀 어려웠을 거 같아요. 처음부터 각자 생각하는 교회 모습을 나누고, 나중에 책을 보고 다른 교회를 탐방하면서 하나의 공통된 모델을 그릴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유석조 운영위원)
"어떤 분은 목사님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목사님이 변하거나, 그분의 생각이 우리와 다르면 어떻게 할 거냐는 이야기가 나왔죠. 교회 모습을 놓고 엄청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거 같아요. 결국에는 목사님 없이 가 보자고 정하긴 했지만, 실제로 그것을 구체화하는 과정은 1년 넘게 걸렸네요. 그렇지만 그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는 않아요." (성운경 운영위원)
밑그림을 끝내고 이어서 채색하는 과정이 남았다. 처음에는 신앙고백문을 작성했다. "평신도 교회가 흔하지는 않잖아요. 이단 아니냐는, 소위 '외부로부터 오는 공격'을 사전에 막고 싶었어요. 동시에 우리가 어떤 신앙적 뿌리를 두고 있는지, 어떤 교회를 함께 꿈꾸고 있는지 분명히 하고 싶었고요." 박상빈 운영위원이 말했다. 신앙고백문 외에도 정관, 의사 결정 매뉴얼, 주일학교 계획 등 교회 설계도를 하나씩 그리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건 장례 예배 매뉴얼도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이 내부 기틀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시간은 밖으로 시선을 돌리려고 한다. 한국교회를 위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교회 및 기독 단체들과 연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 예배 모습. 사진 제공 함께하는교회
평신도 교회의 의미 그리고 한계
교회를 창립한 지 10년을 맞이하는 함께하는교회의 고민 중 하나는 확장성이다. 구성원 대부분이 같은 교회 출신이라는 점은 결속력을 다지기에는 좋지만, 단점도 갖고 있다. 외부 사람이 공동체에 들어와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동호회와 무슨 차이가 있냐고 말하는 이전 교회 선배도 있었어요." 그 말을 가볍게 흘려듣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목사 중심의 한국교회에 이 교회가 던지는 의미가 분명 있다고 박상빈 씨는 말했다.
함께하는교회 비전을 물었다. 유석조 씨는 신앙고백문에 담긴 표현을 꺼냈다.
"대조 공동체예요. 세상보다 더 세상 같은 집단이 돼 버린 한국교회를 보면서, 우리는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요. 이 공동체에는 세상과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걸 사람들이 좀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김대욱 씨는 그 고민을 좀 더 바깥으로 밀어냈다. "그리스도교는 결국 고통받고 힘든 분들에게 가장 큰 의미가 있어요. 우리 정도만 돼도 사실은 굉장히 폐쇄적일 수 있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잖아요." 지금 이 공동체가 비교적 편안하고 익숙해졌다는 감각이 도리어 현재에 안주하고 교회 본질을 망각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대욱 씨는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다른 교회와 연대하는 것을 다음 숙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연대를 통해, 공동체 존재 목적을 함께 실현해 가는 교회가 되고 싶다고.
성운경 씨는 개척 초기와 지금 먹은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고 했다. "처음에는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는데 지금은 좀 내려놨어요." 거창한 사명을 내세우기보다, 같은 비전을 품고 살아가는 교인들과 함께하는 자체에 큰 의미를 두게 됐다고 했다.
10년을 함께 걸어 온 구성원들의 꿈은 조금씩 달랐지만, 방향은 같았다. 작아도 괜찮다, 힘이 없어도 괜찮다, 말씀을 함께 해석하고 그 뜻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 함께하는교회는 오늘도 그렇게 모인다.
※ 함께하는교회: togetherchurch02@gmail.com
박요셉 josef@newsnjo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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