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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의 한 영어유치원 알림 현수막. 연합뉴스
[주간경향] 서울에 사는 A씨는 자녀가 한국식 나이로 다섯 살이 되던 지난해 한 유명 어학원(영어유치원)에 아이를 입학시켰다. 아이는 영재시험, 읽기, 쓰기 등의 입학시험을 통과하고 해당 어학원에 입학했다. A씨는 2년차로 접어든 올해 아이가 영어유치원 프로그램에 잘 적응하고 있다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 어학원은 올해 입학생부터는 선발방식을 바꿨다. 모회사 계열의, 3~4세반을 운영하는 B어학원 졸업생들에게만 입학 자격이 주어졌다. A씨는 “이 영어유치원에 입학하려고 준비하던 부모들이 당황해 바다이야기 했다”고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B어학원 등록 전쟁이 심해질 것’이라거나 ‘영유(영어유치원)를 5세부터 보내려고 했는데 3·4세부터 보내야 할지 고민된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 어학원이 입학생 선발방식을 바꾼 까닭은 유아(만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의 어린이) 대상 학원의 모집 및 수준별 배정 오징어릴게임 을 목적으로 한 시험·평가를 금지하는, 이른바 ‘4세·7세 고시 금지법’(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8월 “극단적 선행학습 형태의 조기 사교육이 아동의 휴식·놀이권을 침해한다”며 교육부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고, 이어 9월에 국회에서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바다이야기합법 ‘4세·7세 고시 금지법’을 대표발의했다.
지난 3월 12일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오는 9월부터 시행된다. 교육계 및 시민단체들은 “유아 사교육 업계의 교습 내용, 절차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규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이 법안이 예고됐을 때 일부 학원들이 입학시험 대신에 서류 제출이나 구술 면 야마토연타 접, 입학 자격 제한 등 법률을 우회한 선발방식을 도입하면서 법 시행 이후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늘어나는 ‘영어유치원’…왜
영어유치원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서울 강남에서 몇몇 곳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후 인기를 얻어 전국적으로 확장일로에 있다. 2025 백경게임랜드 년 5월 기준 전국적으로 820곳(교육부 조사)이 운영 중이다. 서울(249개)과 경기(273개)에 절반 이상 몰렸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3월 15일 공개한 ‘2025년 사교육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 학부모 1만606명 중 3045명(29%)이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자녀가 다니거나 다닌 적이 있다’고 답했다.
영어유치원 비용은 월평균 154만원(교육부, ‘2024 유아사교육비 시험조사)에 달한다. 교재비, 차량 이용료 등을 포함하면 연간 3000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출생 여파로 어린이집·유치원 수가 감소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영어유치원은 왜 계속 늘어날까.
3월부터 아이를 서울의 유명 영어유치원 5세반에 등록한 C씨, 역시 3월부터 또 다른 서울의 유명 영어유치원 7세반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D씨는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영어 노출이 많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경북 지역에서 자녀를 일반 유치원 7세반에 보내고 있는 E씨는 아이가 6세반, 7세반에 올라갈 때마다 영어유치원에 보낼까 고민했다. E씨는 “아이가 낯을 많이 가리고 기관 적응에도 시간이 걸리는 편이라 결국 선택하지 못했지만 아이가 놀이하면서, 동화책 보면서, 게임을 하면서 영어를 자연스럽게 익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부모들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일반 어린이집·유치원에서도 대부분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영어 노출을 극대화한 곳이 영어유치원이다. 유치원이 아닌 어학원의 유치부지만, 유치원과 마찬가지로 반일제(3시간 이상) 또는 종일제로 운영한다. 교육 프로그램 선호도 영향을 미친다. 육아정책연구소가 펴낸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과 발달에 관한 연구’(2024. 12) 보고서를 보면, 2024년 설문조사 당시 반일제 이상 학원(영어유치원·놀이학교 등)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들이 해당 학원을 선택한 이유로는 ‘낮은 강사 대 아동 비율’(30.77%)과 ‘어린이집·유치원보다 수준 높은 프로그램’(30.77%)이 주요 이유로 꼽혔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던 부모들은 주변의 아이가 영어유치원으로 이탈하는 것을 볼 때마다 고민에 빠진다.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 아닌지” 하는 걱정부터 어린이집·유치원 아동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자녀의 교우관계를 걱정하는 부모들도 있다.
‘레테’가 뭐길래…유아 조기 사교육의 폐해
미취학 자녀에게 영어 사교육을 시키는 부모들의 말을 들어보면, 영어유치원은 대체로 ‘5세반’이나, ‘새 학기’엔 입학시험(레벨테스트·‘레테’) 없이 등록할 수 있다. 6세·7세에 등록할 때나, 학기 중간에 등록할 때 수준별 반 배정을 위한 평가를 받는다. C씨의 자녀는 5세반 새 학기라서 입학시험 없이 영어유치원에 등록했고, D씨의 자녀는 7세반에 들어가야 해서 레벨테스트를 봤다고 했다. 다만 수준별 반 배정을 위한 평가 후 아이의 영어학습 수준이 개설된 반에 못 미치면 등록이 어렵고, 수준이 맞는 반의 인원이 다 찼을 때는 대기해야 한다. 최근 유치원 하원 후 갈 수 있는 영어학원에서 상담을 받은 E씨는 “학기 중간에 들어오려면 아이가 수업을 따라갈 정도가 되는지 평가를 하고 수준이 맞지 않으면 다니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일부 유명 영어유치원들은 인기가 많아 5세 입학 때도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입학시험을 치른다. 입학을 위해 2~3세부터 영어 개인 교습을 받는다든지, 준비 학원에 다닌다든지의 행태가 나타났다. ‘7세 고시’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시점에 치르는 유명 초등 어학원의 입학시험을 가리킨다. ‘4세·7세 고시’는 국제학교나 대학 입시까지 고려한 영어 사교육 노선의 앞 단계로 인식되기도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9월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및 교수 5명을 대상으로 심층 조사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조기 사교육은 상대적 좌절감, 스트레스, 우울증 및 불안장애를 초래하며 지나친 경쟁 문화는 독성 스트레스로 인해 정서적 안정과 뇌 발달에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업 실패나 낮은 성적은 부정적 자기 개념과 자존감 저하로 연결될 수 있고, 근골격계 발달 저해 및 신체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러면서 3세 이하는 공부보다는 놀이 중심 활동, 만 5세 미만의 학습 시간은 하루 20분~1시간 이내가 적정하다고 밝혔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를 둔 F씨는 지난해 아이를 서울의 한 영어유치원에 1년간 보냈다. F씨는 “입학은 빈자리가 있어서 쉬웠지만 아이를 평가하는 기준이 높고, 아이의 잠재력이나 가능성을 차단하는 식의 평가를 자주했다”며 “부모들에게 불안을 심어주려 한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유아 사교육 시장 첫 규제… 효과 있으려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활동가들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 3월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세·7세 고시 금지법’ 국회 통과를 환영하고 실효성 있는 시행령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개정 법률에 따라 오는 9월부터 학원설립·운영자, 교습자 또는 개인과외교습자는 유아를 대상으로 모집이나 수준별 배정을 목적으로 하는 시험 또는 평가를 실시해서는 안 된다. 이를 어기면 일정 기간 영업정지나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다만 “유아가 학원 등에 등록한 이후 보호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 교육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실시하는 관찰·면담 방식의 진단 행위는 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붙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4세·7세 고시 금지법’이 국회에 발의된 이후인 지난해 10~12월 서울의 주요 영어유치원의 입학설명회를 참관해 보니, 학원들은 자체 입학시험 대신 토플·토익 등 외부기관의 평가 결과지 제출, 말하기 영상 파일이나 포트폴리오 제출, 영어 구술 면접 등으로 입학 선발방식을 변경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초등 대상 어학원은 7세 때 치르던 입학시험을 올해는 초등학교 입학한 이후에 치르기로 예고해 “‘8세 고시’가 생겼다”는 말도 나왔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사실상 입학시험을 대체하는 입학기준을 설정한 사례들”이라며 “입학시험을 안 치르더라도 입학한 직후에 얼마든지 보호자 사전 동의 후 면담·관찰이라는 평가 방식을 통해 합격·불합격을 가르는 시험을 치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학원에서 아동의 학업 이행 수준에 맞춘 반을 나눠 운영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다만 시민사회는 수준별 반 배정을 위한 평가 또한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신 대표는 “단서조항이 법 조항과 모순되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시행령에 관찰·면담 방식에 대한 원칙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학원총연합회는 지난해 8월 유아 대상 학원의 입학시험 금지를 촉구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올해 1월 ‘4세·7세 고시 금지법’에 대해서도 공감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김태국 한국학원총연합회 외국어교육협의회 기획이사는 수준별 배정을 위한 평가와 관련해 “학부모들은 아이의 학업 수준을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평가받고 싶어 하고, 맞춤별 수업을 원한다”며 “아이의 학업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같은 반에 배정하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은 교육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필고사나 서류 제출 금지 등을 포함해 시행령에서 정해지는 내용에 대해서는 학원들도 책임감을 갖고 따를 것”이라며 “다만 공인된 학원 밖에서 개인 교습이나 불법 테스트 학원 등이 성행하는 등의 부작용은 우려된다. 부모들의 요구에도 부응할 만한 입학생 모집방식을 학원들 내부적으로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4세·7세 고시 금지법’은 단순히 학원의 입학시험을 법으로 금지한다는 의미를 넘어 사교육 시장의 영업 자율성이나 부모의 교육권이 무한정 허용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정서적 학대 수준의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국가가 규제할 수 있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이라며 “이 법률은 처벌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이것만은 지키자’라는 가이드라인이다. 신고포상금제 운용, 유아 대상 심야 학원 영업 금지 등의 추가 규제를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관리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사회학과 교수가 2007~2015년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의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2015년 기준 영유아 사교육비 규모는 1조8000억원으로 추정됐다. 교육부의 2024년 시험조사 때는 그 규모가 3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양 교수는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사교육 시장 타깃 연령이 낮아지고 집중되고 있다”며 “초·중·고 대상으로 하던 사교육 실태조사를 영유아 사교육까지 포함하고, 정부는 이를 토대로 정책을 만들어야 하고 학부모들도 정확한 학원 정보를 알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4세·7세 고시 금지법’ 시행에 관해 양 교수는 “학원의 입학시험이 변형된 형태로 갈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법 조항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때때로 맞춰가면 된다”며 “교육부가 그럴 의지가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준별 배정을 위한 진단 방식이 정답을 요구하는 구술 평가나 외부 시험 성적 제출 등 실질적인 지필고사 형태의 시험이라면 금지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올해는 초·중·고뿐만 아니라 영유아 사교육 시장도 포함해 실태조사를 진행한다. 교육부와 교육청들은 ‘4세·7세 고시 금지법’ 통과 후 학원가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주간경향] 서울에 사는 A씨는 자녀가 한국식 나이로 다섯 살이 되던 지난해 한 유명 어학원(영어유치원)에 아이를 입학시켰다. 아이는 영재시험, 읽기, 쓰기 등의 입학시험을 통과하고 해당 어학원에 입학했다. A씨는 2년차로 접어든 올해 아이가 영어유치원 프로그램에 잘 적응하고 있다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 어학원은 올해 입학생부터는 선발방식을 바꿨다. 모회사 계열의, 3~4세반을 운영하는 B어학원 졸업생들에게만 입학 자격이 주어졌다. A씨는 “이 영어유치원에 입학하려고 준비하던 부모들이 당황해 바다이야기 했다”고 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B어학원 등록 전쟁이 심해질 것’이라거나 ‘영유(영어유치원)를 5세부터 보내려고 했는데 3·4세부터 보내야 할지 고민된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이 어학원이 입학생 선발방식을 바꾼 까닭은 유아(만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의 어린이) 대상 학원의 모집 및 수준별 배정 오징어릴게임 을 목적으로 한 시험·평가를 금지하는, 이른바 ‘4세·7세 고시 금지법’(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8월 “극단적 선행학습 형태의 조기 사교육이 아동의 휴식·놀이권을 침해한다”며 교육부에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고, 이어 9월에 국회에서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바다이야기합법 ‘4세·7세 고시 금지법’을 대표발의했다.
지난 3월 12일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오는 9월부터 시행된다. 교육계 및 시민단체들은 “유아 사교육 업계의 교습 내용, 절차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규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이 법안이 예고됐을 때 일부 학원들이 입학시험 대신에 서류 제출이나 구술 면 야마토연타 접, 입학 자격 제한 등 법률을 우회한 선발방식을 도입하면서 법 시행 이후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늘어나는 ‘영어유치원’…왜
영어유치원은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서울 강남에서 몇몇 곳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후 인기를 얻어 전국적으로 확장일로에 있다. 2025 백경게임랜드 년 5월 기준 전국적으로 820곳(교육부 조사)이 운영 중이다. 서울(249개)과 경기(273개)에 절반 이상 몰렸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3월 15일 공개한 ‘2025년 사교육 인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 학부모 1만606명 중 3045명(29%)이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자녀가 다니거나 다닌 적이 있다’고 답했다.
영어유치원 비용은 월평균 154만원(교육부, ‘2024 유아사교육비 시험조사)에 달한다. 교재비, 차량 이용료 등을 포함하면 연간 3000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출생 여파로 어린이집·유치원 수가 감소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영어유치원은 왜 계속 늘어날까.
3월부터 아이를 서울의 유명 영어유치원 5세반에 등록한 C씨, 역시 3월부터 또 다른 서울의 유명 영어유치원 7세반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D씨는 “조금 더 이른 시기에 영어 노출이 많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경북 지역에서 자녀를 일반 유치원 7세반에 보내고 있는 E씨는 아이가 6세반, 7세반에 올라갈 때마다 영어유치원에 보낼까 고민했다. E씨는 “아이가 낯을 많이 가리고 기관 적응에도 시간이 걸리는 편이라 결국 선택하지 못했지만 아이가 놀이하면서, 동화책 보면서, 게임을 하면서 영어를 자연스럽게 익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부모들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일반 어린이집·유치원에서도 대부분 영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영어 노출을 극대화한 곳이 영어유치원이다. 유치원이 아닌 어학원의 유치부지만, 유치원과 마찬가지로 반일제(3시간 이상) 또는 종일제로 운영한다. 교육 프로그램 선호도 영향을 미친다. 육아정책연구소가 펴낸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과 발달에 관한 연구’(2024. 12) 보고서를 보면, 2024년 설문조사 당시 반일제 이상 학원(영어유치원·놀이학교 등)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들이 해당 학원을 선택한 이유로는 ‘낮은 강사 대 아동 비율’(30.77%)과 ‘어린이집·유치원보다 수준 높은 프로그램’(30.77%)이 주요 이유로 꼽혔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던 부모들은 주변의 아이가 영어유치원으로 이탈하는 것을 볼 때마다 고민에 빠진다.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 아닌지” 하는 걱정부터 어린이집·유치원 아동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자녀의 교우관계를 걱정하는 부모들도 있다.
‘레테’가 뭐길래…유아 조기 사교육의 폐해
미취학 자녀에게 영어 사교육을 시키는 부모들의 말을 들어보면, 영어유치원은 대체로 ‘5세반’이나, ‘새 학기’엔 입학시험(레벨테스트·‘레테’) 없이 등록할 수 있다. 6세·7세에 등록할 때나, 학기 중간에 등록할 때 수준별 반 배정을 위한 평가를 받는다. C씨의 자녀는 5세반 새 학기라서 입학시험 없이 영어유치원에 등록했고, D씨의 자녀는 7세반에 들어가야 해서 레벨테스트를 봤다고 했다. 다만 수준별 반 배정을 위한 평가 후 아이의 영어학습 수준이 개설된 반에 못 미치면 등록이 어렵고, 수준이 맞는 반의 인원이 다 찼을 때는 대기해야 한다. 최근 유치원 하원 후 갈 수 있는 영어학원에서 상담을 받은 E씨는 “학기 중간에 들어오려면 아이가 수업을 따라갈 정도가 되는지 평가를 하고 수준이 맞지 않으면 다니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일부 유명 영어유치원들은 인기가 많아 5세 입학 때도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입학시험을 치른다. 입학을 위해 2~3세부터 영어 개인 교습을 받는다든지, 준비 학원에 다닌다든지의 행태가 나타났다. ‘7세 고시’는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시점에 치르는 유명 초등 어학원의 입학시험을 가리킨다. ‘4세·7세 고시’는 국제학교나 대학 입시까지 고려한 영어 사교육 노선의 앞 단계로 인식되기도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9월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및 교수 5명을 대상으로 심층 조사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조기 사교육은 상대적 좌절감, 스트레스, 우울증 및 불안장애를 초래하며 지나친 경쟁 문화는 독성 스트레스로 인해 정서적 안정과 뇌 발달에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업 실패나 낮은 성적은 부정적 자기 개념과 자존감 저하로 연결될 수 있고, 근골격계 발달 저해 및 신체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그러면서 3세 이하는 공부보다는 놀이 중심 활동, 만 5세 미만의 학습 시간은 하루 20분~1시간 이내가 적정하다고 밝혔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를 둔 F씨는 지난해 아이를 서울의 한 영어유치원에 1년간 보냈다. F씨는 “입학은 빈자리가 있어서 쉬웠지만 아이를 평가하는 기준이 높고, 아이의 잠재력이나 가능성을 차단하는 식의 평가를 자주했다”며 “부모들에게 불안을 심어주려 한 것 같기도 하다”고 했다.
유아 사교육 시장 첫 규제… 효과 있으려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활동가들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왼쪽에서 세 번째)이 지난 3월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세·7세 고시 금지법’ 국회 통과를 환영하고 실효성 있는 시행령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개정 법률에 따라 오는 9월부터 학원설립·운영자, 교습자 또는 개인과외교습자는 유아를 대상으로 모집이나 수준별 배정을 목적으로 하는 시험 또는 평가를 실시해서는 안 된다. 이를 어기면 일정 기간 영업정지나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다만 “유아가 학원 등에 등록한 이후 보호자의 사전 동의를 받아 교육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실시하는 관찰·면담 방식의 진단 행위는 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붙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4세·7세 고시 금지법’이 국회에 발의된 이후인 지난해 10~12월 서울의 주요 영어유치원의 입학설명회를 참관해 보니, 학원들은 자체 입학시험 대신 토플·토익 등 외부기관의 평가 결과지 제출, 말하기 영상 파일이나 포트폴리오 제출, 영어 구술 면접 등으로 입학 선발방식을 변경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초등 대상 어학원은 7세 때 치르던 입학시험을 올해는 초등학교 입학한 이후에 치르기로 예고해 “‘8세 고시’가 생겼다”는 말도 나왔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사실상 입학시험을 대체하는 입학기준을 설정한 사례들”이라며 “입학시험을 안 치르더라도 입학한 직후에 얼마든지 보호자 사전 동의 후 면담·관찰이라는 평가 방식을 통해 합격·불합격을 가르는 시험을 치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학원에서 아동의 학업 이행 수준에 맞춘 반을 나눠 운영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다만 시민사회는 수준별 반 배정을 위한 평가 또한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신 대표는 “단서조항이 법 조항과 모순되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시행령에 관찰·면담 방식에 대한 원칙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학원총연합회는 지난해 8월 유아 대상 학원의 입학시험 금지를 촉구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고, 올해 1월 ‘4세·7세 고시 금지법’에 대해서도 공감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김태국 한국학원총연합회 외국어교육협의회 기획이사는 수준별 배정을 위한 평가와 관련해 “학부모들은 아이의 학업 수준을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평가받고 싶어 하고, 맞춤별 수업을 원한다”며 “아이의 학업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같은 반에 배정하는 것은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은 교육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필고사나 서류 제출 금지 등을 포함해 시행령에서 정해지는 내용에 대해서는 학원들도 책임감을 갖고 따를 것”이라며 “다만 공인된 학원 밖에서 개인 교습이나 불법 테스트 학원 등이 성행하는 등의 부작용은 우려된다. 부모들의 요구에도 부응할 만한 입학생 모집방식을 학원들 내부적으로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4세·7세 고시 금지법’은 단순히 학원의 입학시험을 법으로 금지한다는 의미를 넘어 사교육 시장의 영업 자율성이나 부모의 교육권이 무한정 허용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정서적 학대 수준의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국가가 규제할 수 있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이라며 “이 법률은 처벌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이것만은 지키자’라는 가이드라인이다. 신고포상금제 운용, 유아 대상 심야 학원 영업 금지 등의 추가 규제를 도입하는 등 적극적인 관리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사회학과 교수가 2007~2015년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의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2015년 기준 영유아 사교육비 규모는 1조8000억원으로 추정됐다. 교육부의 2024년 시험조사 때는 그 규모가 3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양 교수는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사교육 시장 타깃 연령이 낮아지고 집중되고 있다”며 “초·중·고 대상으로 하던 사교육 실태조사를 영유아 사교육까지 포함하고, 정부는 이를 토대로 정책을 만들어야 하고 학부모들도 정확한 학원 정보를 알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4세·7세 고시 금지법’ 시행에 관해 양 교수는 “학원의 입학시험이 변형된 형태로 갈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법 조항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때때로 맞춰가면 된다”며 “교육부가 그럴 의지가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준별 배정을 위한 진단 방식이 정답을 요구하는 구술 평가나 외부 시험 성적 제출 등 실질적인 지필고사 형태의 시험이라면 금지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올해는 초·중·고뿐만 아니라 영유아 사교육 시장도 포함해 실태조사를 진행한다. 교육부와 교육청들은 ‘4세·7세 고시 금지법’ 통과 후 학원가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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