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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애썼다. 없는 얼굴에 이쪽은 늙었을 컴퓨터가광산김씨의 2차 상언. 1727년 10월. 79.0X153.5.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청도 부여현에 사는 고 영부사 신 이이명의 아내 김씨는 아룁니다. 이 글(上言)을 올리는 까닭은, 제가 하늘과 땅 사이에 용납할 수 없는 죄를 짓고도 천고에 없는 (임금의)은혜를 입어, 모진 목숨이 오직 한 몸뚱이(손자 이봉상)를 위하여 죽지 못하고, 이제까지 세상에 머무르며 밤낮으로 임금님의 은혜만 두 손 모아 빌었습니다.
그런데 천만 뜻밖에 사헌부에서 손자 봉상을 극형으로 처단하라 하고, 또 제 지아비의 동생 익명(이익명)이 봉상이 도망칠 때 미리 알았다 하여, 중죄를 내리라고 했다는 기별을 들었습니다.
저는 곧장 죽어서 이 일다빈치무료릴게임
을 모르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이렇게 하늘과 땅 끝없는 원통함을 (임금님의)어진 하늘 아래에서 망설인 채 아뢰지 못하고 그만두어버린다면, 당초에 특명으로 살려주신 성은을 저버리게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제가 혼자 입어야 할 죄입니다. 무고한 익명(이익명)이 억울하게도 뜻밖의 재앙을 당하게 되었으니, 진실로 죽어 지하에 돌아가서도 남편주식추천
을 볼 낯이 없습니다.
방금 충청도 부여 땅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올라와, 감히 지엄하신 임금님 앞에서 한 번 슬피 부르짖고 죽기를 청하오니, 오직 밝으신 임금께서는 불쌍히 여겨 살펴주시옵소서."(광산김씨, 1727년 2차 '상언' 중에서)
이 글은 광산김씨(1657-1736)가 영조 임금에게 올린 한글상소문 '상언(上言대림통상 주식
)'의 일부이다. 이 상언의 주된 내용은 두 가지이다. 시동생 이익명과 손자 이봉상의 목숨을 구해 달라는 것이다.
광산김씨는 영조에게 두 차례에 걸쳐 상언을 올렸다. 1차 상언은 1725년(영조 1, 을사)에 올렸는데 친필은 전해지지 않고, 그 내용이 '영조실록'에 기록돼 있다. 주된 내용은 1722년(경종 2, 임인) 임인옥사 때 남편과소방기기관련주
아들이 죽임을 당하자, 손자 이봉상을 도주시켜 거짓으로 숨어 살게 한 적이 있었던 사실을 자수한 것이다. 그리고 영조가 무주에 숨어 살던 이봉상을 불러들여 참봉에 임명한 사실에 대하여 무한한 감사를 올린다는 내용으로 돼있다.
2차 상언은 1727년(영조 3, 정미)에 올렸다. 현재 친필로 전해지고 있는 위의 상언이다. 그 내용은 1차 상진흥저축은행 주식
언과는 사뭇 다른 국면으로 전개되어 있다. 정미환국(영조 3)으로 인하여 노론이 실각하고 소론이 집권하게 되자 '노론 4대신'이 '충신'에서 '역적'으로 다시 뒤집혔는데, 이 '4대신'에 광산김씨의 남편 이이명과 남편의 4촌 동생 이건명이 속해있었다. 임인년(1722)에 있었던 '이봉상 도주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광산김씨의 시동생인 이익명이 이봉상을 도주시킨 장본인으로 지목되어, 이봉상과 함께 처벌을 받아야 할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에 광산김씨는 영조 앞에 나아가, 이봉상을 도주시킨 사람은 본인이고, 시동생 이익명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었음을 하소연한 것이다.



충남 부여군 임천면 옥곡리에 위치한 이이명 묘소. 문희순 문학박사·충청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제공


◇참혹한 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낸 모진 삶=광산김씨는 조선의 베스트셀러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를 지은 서포 김만중(1637-1692)의 딸이다. 할아버지는 병자호란 때에 강화도에서 순절한 김익겸이며, 김장생이 고조부이다.
광산김씨는 1남 5녀를 낳았다. 1남은 이기지이고, 5녀의 사위는 김정운·김시발·임상익·김신겸·김원조이다. 남편은 영의정을 지낸 소재 이이명(1658-1722), 시할아버지는 요직을 두루 거친 이경여(1585-1657)이다. 광산김씨의 시가 전주이씨 사람들이 부여 백마강 가에 터를 잡고 살게 된 것은 이경여 때부터인데, 이경여의 호 '백강(白江)'은 바로 백마강을 가리킨다.
이이명은 스물세 살에 문과에 급제하여 좌의정·우의정까지 역임하는 등 당대 최고의 벼슬에 올랐다. 그러나 이이명의 관료생활은 한치 앞을 예견할 수 없는 정국의 부침 속에서 유배와 쓰임, 사사라는 비극으로 점철됐다. 이이명의 형 이사명이 기사환국으로 사사되었을 때(1689년), 이이명도 연루되어 귀양지를 옮겨가며 곤욕을 치렀다. 기사환국은 숙종이 장희빈의 소생을 공식 후계자로 정하면서, 서인들의 대대적 반발이 숙청으로 연결된 사건이다. 김만중도 기사환국으로 남해로 유배되었다가,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숙종이 죽고 장희빈의 아들 경종이 즉위하자, 경종을 지지하던 소론과 연잉군(뒤의 영조)을 지지하던 노론 세력 간의 정치 분쟁이 계속됐다. 이이명은 이건명·김창집·조태채 등과 연잉군을 세제로 책봉하고 대리청정을 주장했다. 그러나 소론의 공세로 뜻을 이루지 못했고 각각 유배에 처해졌다.
경종이 즉위한 이듬해(1722년, 임인)에 정국을 뒤흔든 '목호룡의 고변(告變)'이 터졌다. 요는 '노론 대신들이 경종을 살해하고, 연잉군을 왕좌에 앉히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이었다. 경종은 격분하였고, 노론 4대신이 각각 사약을 받고 죽었다. 이 일로 광산김씨의 외아들 이기지도 옥중에서 졸했고(5월 5일), 조카 이희지도 장살됐다(4월 16일). 사건의 여파로 이희지의 어머니 임천(가림)조씨와 아내 연일정씨도 자결했다.
광산김씨 집안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수노적몰', 말 그대로 가족은 노비로, 재산은 몰수당하는 참화를 입었다. 광산김씨와 며느리, 손자며느리 3세대 여인들이 직면한 현실이었다.



충남 부여군 장암면 석동리에 위치한 광산김씨 묘소. 문희순 문학박사·충청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제공


◇가문의 풍비박산과 손자 '이봉상 도주 사건'의 전말=광산김씨는 기사환국으로 친정아버지·시아버지·시아주버니의 죽음을, 신임사화로 남편·아들·조카 등의 죽음을 목도했다. 그런데 손자인 이봉상마저 '연좌법'에 걸려 죽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부여 백마강 가에 살고 있던 광산김씨에게 '이봉상을 잡아들이라'는 어명을 전달해 준 사람은 김도제에게 시집간 시누이였다. 시누이 이씨는 급히 사람을 시켜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광산김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광산김씨는 이봉상의 유모와 상황을 논의했다. 결국 유모의 아이가 이봉상의 옷을 입고, 짚신을 백마강가 모래밭에 벗어 놓은 뒤 투신했다. 마을에 '이봉상이 강에 빠져 죽었다'는 소문이 자자하게 퍼졌다. 이튿날, 이봉상을 잡으러 온 사자가 강에서 건진 시체를 확인하고, 이봉상이 이미 죽었다고 아뢰었다. 조정에서는 더 이상 이봉상을 찾지 않았다.
한편, 광산김씨는 이봉상에게 '어서 달아나 숨어 살기를 도모하라'고 지시했다. 이봉상은 늙은 종과 도망가 낮에는 숨고, 밤에는 걸어가 무주 적상산에 도착했다. 이만득이라는 사람의 집에 숨어 들어가 신분을 속이고 3년을 머슴으로 살았다. 세월이 흘러 경종이 죽고 영조가 등극하자, 이봉상은 비로소 자신의 거짓 죽음과 도망 사실을 자수하기에 이르렀다.
영조는 이봉상을 진수당으로 불렀다. 광산김씨의 1차 상언 속에 드러난 '이봉상 도주 사건'의 전말을 다시 확인하고, "(할머니)김씨의 상언을 보니, 나도 모르게 비통한 마음이 든다."라고 말하면서, "가동이 주인을 위해 목숨을 대신 바친 일은 실로 전고에도 드문 일이다. 대신 죽은 아이에 대해서도 전례를 상고하여 포상하도록 하라"고 어명을 내렸다.



광산김씨의 남편 소재 이이명의 초상.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불후의 명작으로 남은 '상언'의 품격=광산김씨 '상언'의 의미와 가치는 크다. 첫째, 임금에게 올리는 글을 여성이 한글로 썼다는 점이다. 오늘날 전해지고 있는 '상언'은 남성이 한문으로 쓴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둘째, 치열했던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족의 억울함을 국왕에게 직접 호소하였다는 점에서, 여성의 정치적 개입이 주목된다. 셋째, 18세기 당대의 한국어를 격조 높게 구사하였다는 것이다. 한글 연구의 자료로 매우 귀중하다. 넷째, 광산김씨의 필체는 귀족적 품위와 단아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귀한 한글 문화유산이다. 문희순 문학박사·충청문화연구소 연구교수



광산김씨의 친정아버지 서포 김만중의 초상. 대전시립미술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