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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폭염과 폭우 앞에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기후위기'를 실감하는 것 밖에는. 다만 다행인 건 기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 만큼 기후위기를 '네 일'이 아닌 '내 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기후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자'는 외침 속에 지역 곳곳에서도 기후위기에 응답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발걸음이 늘어나고 있다. 전남CBS는 기후위기를 향한 냉소와 포기를 넘어, 한걸음의 작은 실천을 하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아 기후행동이 가진 가치를 전하고자 한다.






생태 수업에 참여한 순바다이야기 게임방법
천 성동초 학생들이 자연 속에서 꽃을 관찰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있다. 박사라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 "올 여름 전기세 5만 원…지구를 위한 응답이에요릴게임동영상
"② "기후위기, 혼자 아닌 함께"…순천생태학교 '첫 발'③ "이렇게 하면 바뀌겠죠" 효천고 기후환경 동아리 '센트럴'④  뚜벅이 환경공학자의 '자동차와 헤어질 결심'⑤ "지구를 향한 작은 발걸음, 순천에서도 울리다"⑥  냉난방 없이도 가능한 삶, 순천 사랑어린학교가 살아가는 법⑦  기후위기 대응, 급식에서 시작하다⑧  버려질 뻔한 병뚜껑, '플라스틱 대장코엔텍 주식
간'에서 변신하다⑨ "노플라스틱 육아, 가능해?" 환경 덕후 엄마의 실천법⑩ "손은 아프지만, 지구는 웃는다" 종이팩을 살리는 카페들⑪ '지금 바로 여기'…작은 극장에서 시작된 기후 연대⑫ 텀블러 500개, 쓰레기는 바나나 껍질뿐⑬ 기후위기 시대의 여행법…"멈출 수 없다면, 느리게 천천히"⑭ "꽃을 보니까, 지켜주고 싶어졌어요"…기후위기 시대, 아이들은 이오션파라다이스 먹튀
렇게 자라고 있다(계속)



걸으며 보고 느끼며…동천에서 배우는 생태 교육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 15일, 순천 성동초등학교 3학년 1반 학생들이 우산을 들고 학교를 나섰다. 인근 동천을 따라 진행되는 생태수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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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수업은 동천 생태계에 대해 직접 관찰하고 배우는 시간으로, 아이들은 교실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식물과 곤충, 수생 생물을 만났다.
"이건 창포꽃이야. 예전엔 단오날 창포물로 머리를 감으면 머릿결이 좋아진다고 했단다."'꽃마리'(활동명·이은옥) 선생님이 식물을 설명하자 아이들은 루페(확대경)를 들고 꽃잎과 암술, 꽃받침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나뭇가지에 앉은 거미, 강가를 따라 날아다니는 하루살이도 아이들의 관찰 대상이다.
비가 내렸지만 아이들은 의욕적으로 참여했다. 지나가다 마주치는 동식물을 자세히 바라보며 관심을 가졌다.
한 학생은 "꽃을 보니까 기분이 좋아졌다"며 "지켜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언젠가는 동천에서 수달도 직접 보고 싶다"며 "이런 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아야 한다"고 당차게 말했다.



순천 성동초 3학년 1반 학생들이 동천 생태 수업에 참여해 수중 생물을 관찰하고 있다. 순천마을교육연구소 제공


동천에 도착한 뒤에는 쌍안경을 이용해 백로를 관찰하고, 물속 생물의 생태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학생들은 "우리 주변에 이렇게 다양한 동물이 사는 줄 몰랐다"며 관심을 보였다.
이번 생태수업은 일회성 체험이 아니다. 2019년부터 지역 마을교육공동체인 '우리마을교육연구소'가 주관한 수업에 순천의 성동초·중앙초·북초·삼산초·용당초 등 동천 인근 초등학교가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별량초 학생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꽃마리 선생님은 "학교 근처에 있는 동천은 평소엔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공간이지만, 아이들이 직접 걸어 나와서 자연을 마주하고 생명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라며 "직접 관찰을 통해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구의 날을 맞아 '지구야 안녕'을 들으며 기후 실천 교육에 참여하는 아이들. 꿈초롱 유치원 제공


노래하고 실천하며…유치원 교육도 달라지고 있다

"가까운 길은 걸어서~ 플라스틱 대신 텀블러~ 밥은 먹을 만큼만~ 떠요~ 떠요~"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 순천 꿈초롱유치원 교실에서는 아이들이 부른 '지구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이 노래는 선생님이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가 뭘 해야 할까?"라고 묻고, 아이들이 하나하나 말한 답을 가사로 만든 것이다.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아이들과 함께 만든 곡으로 '지구를 위한 약속', '지구야 안녕', '꿈초롱 친구들아' 등 3곡이 완성됐다.
꿈초롱유치원은 단순한 기념 행사에 그치지 않고, 생활 속에서 기후 환경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2030 지구를 지켜라: 콩콩팥팥 교실'은 아이들이 스스로 행동하고 그 결과를 놀이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처럼, 생태적 인과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한다.



유치원 주변에서 환경 정화 활동에 나선 아이들. 꿈초롱 유치원 제공


매주 주말이면 '효동이 실천'이라는 가정 연계 과제도 진행된다. 불 끄기, 분리수거, 물 절약하기 등 기후·환경실천과 관련된 주제들이 많으며, 주제에 따라 아이들이 집에서 실천하고, 다음 주 수업 시간에 친구들과 함께 나눈다.
아이들은 "이번 주엔 플라스틱 안 쓰고 텀블러 가져왔어요!", "엄마랑 같이 쓰레기 분리수거했어요!"라며 자신의 경험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이 외에도 꾸준히 환경 동화를 읽고, 유아 전용 기후 콘텐츠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하며, 손바닥만 한 텃밭을 직접 가꾸는 '텃밭 교실'도 병행하고 있다.
박복덕 원감은 "아이들이 놀이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경험을 계속 쌓고 있다. 가르치는 게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지켜야겠다'고 느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이 놀이와 가정 연계 활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기후 위기를 체감하고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2030 미래형 교실의 목표에 맞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화순초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만든 '탄소중립 실천' 포스터를 들어 보이고 있다. 도교육청 제공


기후위기, 교육을 바꾸다…전남은 어떤 수업을 하고 있을까

전남도교육청도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기후·환경 교육을 제도화하고 있다.

2024년부터 모든 학교급에 생태전환교육을 연 2차시 이상 의무화했으며, 유치원과 고등학교도 포함돼 있다.
예산도 확대됐다. 각 학교에 연 100만~200만 원의 생태 교육 예산이 지원되며, 50개 '탄소중립 선도학교'에는 평균 1천만 원의 별도 운영비가 제공된다.
초등 고학년 대상 '공생의 길 프로젝트'도 활발히 운영 중이다. 지역 생태계를 주제로 학생 동아리가 직접 탐구와 실천 활동을 벌이는 방식으로, 올해만 354개 팀이 운영되고 있다.
도교육청은 교과 연계 생태 교육 자료를 직접 개발해 보급하고 있으며, 49명의 '현장지원단'이 학교 요청 시 특강과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조현진 도교육청 기후환경교육팀 장학사는 "과거 환경교육이 오염원 제거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생물다양성과 기후위기 대응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학생들이 살아갈 미래와 직결된 필수 교육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위기는 단순한 교육 차원을 넘어, 학생들이 살아갈 사회 시스템 자체의 전환을 요구하는 문제"라며 "일부 동아리나 시범학교에 그치지 않고, 모든 학교와 학생들이 실천할 수 있도록 일반화된 교육 모델을 마련해 보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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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CBS 박사라 기자 saraij@cbs.co.kr
진실엔 컷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