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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못하 꽃과 멍하니 않았다. 그가 이번에도━
[임지현 ‘반전의 세계사’] 극과 극은 통하는 ‘민족주의 신학’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중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모습. 중세부터 지금까지 각국 민족주의자들은 저마다 인류 최초의 언어를 계승했다고 주장한다. [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스]







2022년 여름 폴란드 그니에즈노의 고대국가 오락실게임
박물관에서 아담과 이브가 폴란드어를 썼다는 아마추어 역사가의 게시물을 처음 접했을 때, 풋 하고 웃어넘긴 적이 있다. 이 황당한 폴란드판 ‘국뽕’ 역사를 접하기 전에는,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무슨 말을 썼는지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뱀과 이브가 직접 대화하고 창조주가 아담에게 선악과를 먹지 말라고 명령하는 성서 비트컴퓨터 주식
창세기의 장면을 보면, 아담과 이브는 하느님이나 동물들과 직접 소통한 것처럼 보인다. 특정한 인간의 말이 아니라 세 치 혀가 필요 없는 깊은 교감이 에덴동산의 소통방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말로 에덴동산을 그리기 시작하자 얕은 말이 깊은 교감을 제쳐버렸다. 아담과 이브가 쓴 말의 정체에 대해, 중세의 유대교 신학자들은 히브리어, 채널k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의 기독교 신학자들은 고대 셈어의 일종인 게에즈(Geez)어, 아랍의 무슬림 학자들 일부는 시리아어라고 각각 주장했다.
16세기 네덜란드의 인문학자 요하네스 고로피우스 베카누스는 네덜란드 방언인 브라반트어가 에덴동산의 공용어라는 색다른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브라반트어는 라틴어·그리스어·히브리어보다 짧은 단어가 더 골드몽게임
많기에 더 단순하고 오래된 언어이며 따라서 에덴동산의 말일 가능성이 높다는 단순 논리였다.
에덴동산 공용어 놓고 저마다 “우리말” 에덴동산이 민족주의로 본격 오염된 것은 19세기에 들어서의 일이다. 아일랜드 민족주의자들이 아담은 게일어를 말했다고 주장하는 동안, 독일어권과 슬라브어권의 언어학자들은 자신들이야말로 인류 최초의 언어인 아담온라인 손오공 릴게임
의 언어를 계승한 민족이라고 주장했다. 창세기 아담의 언어를 민족주의적으로 전유한 19세기 유럽의 판에서는,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폴란드어를 썼다는 주장도 특별하지는 않다.
아담과 이브가 민족적 상징으로 재편되자, 다음 차례는 예수와 그 사도들이었다. 예수를 선점한 것은 크로아티아인들이었다. 크로아티아 민족주의자들에 의해 예수는 유대인에서 크로아티아인으로 정체성이 바뀌었다. 예수를 빼앗긴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들은 재빨리 십이 사도가 세르비아인이라고 선언했다. 헝가리 민족주의자들은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아담과 이브는 마자르인이 되었다.
아담과 이브가 폴란드어를 썼다는 21세기 폴란드 유튜버에게 19세기 헝가리 민족주의자들이 어떻게 대응했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순수한 학문적 열정으로 아담과 이브가 마자르인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밝힌 헝가리 역사가들과 달리 폴란드의 유튜버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거짓말을 한다고 했을 것이다. 중세 이래 동유럽을 식민화해 온 독일 등 서유럽 식민사학의 부활이라는 비난도 덧붙였을 것이다.
유대교와 기독교적 전통을 전유한 19세기 동유럽의 민족주의 역사가들이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은 자신들이 서유럽 식민사학의 논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기독교를 서구적 전통으로 납치하여 예수를 유대인이 아니라 갈릴리에 살았던 여러 인종의 혼혈로 만들고, 거기에서 다시 아리안 혈통으로 연결한 인종주의의 논리가 동유럽에 들어와서 예수를 슬라브화한 것이다.
고대 그리스 기독교 문명에서 이집트와 페니키아, 셈족의 흔적을 지우고 유럽 문명의 원류로 삼는 아리안 모델의 등장은 과학적 인종주의와 궤를 같이하는 것이었다. 이집트의 파라오 아케나톤이 창시한 태양신 아텐의 유일신교가 유대교의 형성에 미친 영향을 부정하고 이집트인 모세를 히브리인으로 만들어버린 서유럽의 아리안적 해석에 대한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신랄한 비판은 여전히 소수의 목소리로만 남아 있다.
역사적 예수를 ‘유대인’이 아니라 아리아인, 특히 게르만과 북유럽인으로 정의하는 독일 신학의 인종주의적 해석은 나치 신학에서 절정에 달했다. 독일의 나치 신학자들은 예수를 유대적 맥락에서 분리해 아리아인으로 만들고, 기독교를 유대교와 적대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예수에게서 유대적 혈통과 사상이 지워지자, 나치의 인종주의적 이데올로기와 기독교 신학이 만나는 길이 열렸다.
1933년 11월 10일 나치 정권이 주관한 루터 탄생 450주년 기념 ‘루터의 날’ 행사는 나치의 인종주의와 기독교 민족주의의 결합을 알리는 대잔치였다. 1938년 11월 9~10일 ‘수정의 밤’ 당시 나치 돌격대가 나치 제국 곳곳에서 유대교 회당에 방화하고 파괴할 때도, 나치 신학자들은 종교개혁 시대의 ‘가장 위대한 반유대주의자’ 루터를 소환하여 유대인 학살을 정당화했다.
아담과 이브가 폴란드어를 썼다는 국뽕스러운 주장이 황당한 헛웃음의 차원을 넘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아리안적 해석의 잔재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폴란드 민족이야말로 아담이 사용한 인류 최초 언어의 계승자라는 주장은 자신이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문명이라는 강박적 확신을 반영한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 독일 식민주의의 가장 큰 피해자였던 폴란드가 독일 식민주의와 반유대주의적인 아리안적 역사 해석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모습은 안쓰럽다.
민족 열등감 팔아먹는 생계형 유튜버 로마 시대 박해받는 예수와 기독교도들의 이야기 『쿠오 바디스』로 1905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작가 헨릭 시엔키에비치도 마찬가지다. 정의로운 문명적 기독교도와 야만적 이교도 황제 네루라는 원시적 이분법의 구도로 폴란드 민족의 고난과 승리를 암시한 이 작품으로 그는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편이다. 그의 영웅 서사가 갖는 문학적 피상성은 둘째 치고, 그는 극우 민족주의자 드모프스키와 가까운 반유대주의 확신범이었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왕궁 광장. 폴란드의 가장 오래된 문명에 대한 강박관념은 수메르 문명을 폴란드 상고사라고 주장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사진 위키미디어 커먼스]







에덴동산에서 폴란드어를 사용한 아담과 이브까지 그 기원이 거슬러 올라가는 가장 오래된 문명에 대한 강박관념은 수메르 문명을 폴란드 상고사라고 주장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고대 수메르인의 인구 이동으로 인도유럽어의 문명이 중동에서 동유럽의 폴란드까지 퍼졌으며, 이때 이주한 일부 수메르인들이 폴란드인의 시조가 되었다는 것이다. 바르샤바대학을 중심으로 폴란드의 인도학 연구가 일찍이 19세기 후반부터 활발했던 것도 이런 사정을 반영한다.

한편, 한국의 극단적 민족주의자들 중에도 한민족의 발자취가 수메르 문명까지 이어진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이칼 호수에서 시작한 한국 문명이 환국-배달-고조선의 인구 이동을 통해 환국-수밀이국 같은 한민족의 고대국가가 수메르 문명과 연결되어, 고대 메소포타미아까지 한민족의 계보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제 폴란드인들과 한국인들은 먼 옛날 수메르를 통해 이어진 같은 동포임을 인정하거나 아니면 수메르가 폴란드사냐 한국사냐를 놓고 서로 싸워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생겼다.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이에 대해 폴란드 역사가들의 입장은 단호하다. “유튜브에서 역사를 배우지 말라!”
오래전부터 강의실이나 사석에서 에덴동산의 공용어가 폴란드어였다거나 예수가 크로아티아인이었고 십이 사도가 세르비아인이었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폭소를 터트린다. 그런데 한민족이 하늘에서 혈통이 비롯된 단군 할아버지의 ‘천손민족’설이나 공자가 한국 사람이고 베이징도 한국 땅이었다는 데 이야기가 미치면 많은 사람은 갑자기 심각해진다.
『환단고기』와 『삼성기』가 20세기 초에 만든 가짜 역사서이고, 평양에서 발견된 5000년 전 단군릉의 연대 측정에 사용된 ESR 측정법은 수천 년에서 수만 년의 오차가 있는 구석기 유물의 측정법이라 수상하다고 하면 식민사관의 추종자라는 낙인이 찍히기에 십상이다. 근대화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일본의 식민 지배 아래에서 노심초사할 때, 민족주의적 신화가 갖는 힘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가짜 역사서를 만들어서라도 열등감과 우월감이 혼재된 민족주의적 상상력을 고취하겠다는 결의도 당대 맥락에서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민족주의의 신화적 힘조차도 벌써 역사가 되었다. 해방된 지 80년인 2024~25년 구매력평가(PPP) 기준 한국의 국민소득은 4만9995달러로 일본보다 거의 4000달러 높은 수준이다. 이제는 원인 무효인 민족적 열등감을 비싸게 팔아먹는 생계형 민족주의자들이나 그들에게 동조해야만 우국지사라고 착각하는 정치인들은 멀리 폴란드로 보내야 하나?














임지현 서강대 석좌교수. 서강대에서 서양사 전공. 대표 저서로 『희생자의식 민족주의』(2021), 『기억 전쟁』(2019), 『대중 독재』(2004), 『우리 안의 파시즘』(공저 1999) 등이 있다.